저작권 침해라고 본 사례(1)

by 이동민

저작권법에 따르면 2차적 저작물도 저작물로 보호 대상이 된다. 앞서 설명한 탄줘잉의 사례에서는 원저작물(기존에 있던 미담)에 충분한 변형을 가하지 않아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았을 뿐, 변형, 편곡, 번역, 각색한 2차적 저작물도 보호의 대상이 된다. 어문저작물에서는 변형(패러디 또는 오마주), 요약(줄거리), 번역을 한 2차적 저작물이 많은데, 이런 2차적 저작물을 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2차적 저작물이 별도의 저작물로 보호되지만, 원저작물을 만든 저작자의 권리도 같이 보호된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하면 기존의 저작물을 이용하였더라도 이에 상당한 변형을 가하여 기존의 저작물과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는 신(新) 저작물이 탄생하였다면, 이것을 이용하는 행위는 원저작물을 만든 저작자의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독창적인 표현형식이 그대로 남아있는 2차적 저작물을 이용함에 있어서는 2차적 저작물의 저작권자와 원저작물의 저작권자의 사용허가를 모두 득해야 한다.



대법원 2013.8.22. 선고 2011도3599 판결


1. 사실관계

N회사(뉴질랜드 법인)는 원저작자의 허락 없이, 원저작자가 저작권을 가지는 도서의 내용을 발췌, 요약한 다음 그 요약본을 인터넷에 유료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했다. X는 대한민국 법인으로 N회사와 '해외 요약물 제공 계약'을 체결하고, N회사에 일정한 돈을 지급하는 것을 대가로 N회사가 공개한 인터넷 요약본에 대한 국내 저작권을 취득하였고, X는 이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편당 2,000원 내지 3,000원에 제공하였다. N회사는 조나단 티쉬*(Jonathan Tisch)의 책 《The Power of We》를 조나단 티쉬의 허락 없이 요약하였고, X회사는 이를 N회사로부터 넘겨받아 한국어로 번역한 후에 유료로 제공하였다. X는 조나단 티쉬의 저작물을 허락 없이 제공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건이다.



2. 원심의 판단

제1심에서는 X가 N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요약본을 제공받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N에게 돈을 주고 저작물의 일부 저작권을 구입한 이상, 'N이 원저작자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요약'했으리라 생각하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하지만 항소심(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는데, 1) 원저작물과 요약 저작물, 번역 저작물 사이에는 목차, 주요 내용에서 상당한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 2) X가 N회사에 저작권에 대하여 문의한 사실은 있지만 N회사의 거짓 답변만을 믿고 원저작물의 저작자에게 직접 확인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유죄로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저작권법 제5조 제1항은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2차적 저작물’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2차적 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원저작물을 기초로 수정·증감이 가해지되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따라서 어문저작물인 원저작물을 기초로 하여 이를 요약한 요약물이 원저작물과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는 별개의 독립적인 새로운 저작물이 된 경우에는 원저작물 저작권자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한 것으로 되지는 아니하는데, 여기서 요약물이 그 원저작물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지 여부는, 요약물이 원저작물의 기본으로 되는 개요, 구조, 주된 구성 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 요약물이 원저작물을 이루는 문장들 중 일부만을 선택하여 발췌한 것이거나 발췌한 문장들의 표현을 단순히 단축한 정도에 불과한지 여부, 원저작물과 비교한 요약물의 상대적인 분량, 요약물의 원저작물에 대한 대체 가능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


판례에서도 밝혔듯이 2차 저작물이란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말하는데, 2차 저작물에 대한 작성권 역시 원저작물의 저작권자에게 있다. 원저작물을 기초로 2차적 저작물을 만들려는 사람은 원저작권자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이것이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라고 하는 것이다. 위의 사안에서는 N이 원저작물을 요약한 영문 요약문을 제공하였고, 이를 X회사가 번역(2차적 저작물 창작행위)하여 유료로 제공하였다. 이 경우 표현방법 등에 있어서 독창성 등이 인정되지 않아 2차적 저작물에 대한 작성권한은 여전히 원저작자에게 있으며 원저작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이를 만든 X회사가 처벌을 받게 된 사안이다.




* 판례의 원문에는 티치라고 표기한 후, Thich로 병기하였다. 하지만 《The Power of We》(2004)는 조나단 티쉬의 책 외에는 찾을 수 없으므로(해당 책이 비즈니스 및 경영에 관한 책이기 때문에 동명의 다른 책이 있더라도 아닐 가능성이 높다), 오기인 것이 분명하다.


**대법원 2013.8.22. 선고 2011도3599 판결의 본문 중 발췌, 밑줄은 필자가 그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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