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위, 짐승의 울음
"진우야, 얼른 집에 가봐라."
트럭 창문을 내린 옆집 아저씨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이유는 묻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말보다 발을 먼저 움직이게 만든다. 나는 심장이 터질 듯 달렸고, 골목을 돌아서자마자 마주한 것은 '집'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검게 그을린 콘크리트 뼈대와, 아직 채 꺼지지 않은 매캐한 연기만이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집은 증발했다.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하게 주저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폐허 한가운데, 짐승 같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으아아아! 진우야! 진우야!"
아빠와 엄마였다. 두 사람은 무너져 내린 잔해 위를 미친 사람처럼 기어 다니고 있었다. 아빠의 손에는 장갑조차 끼워져 있지 않았다.
그는 불에 달궈져 시뻘건 콘크리트 조각을 맨손으로 파헤치고 있었다. 손바닥 살이 타들어가 눌어붙고 피가 맺혔지만, 아빠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
불덩이 속에 제 손을 쑤셔 넣고 휘저을 뿐이었다.
구경 나온 동네 사람들은 입을 막고 "어떡해, 어떡해"만 연발할 뿐, 누구도 그 광기에 가까운 부성애를 말리지 못했다.
나는 얼어붙은 채 겨우 입을 뗐다.
"저... 여기 있어요."
그 순간, 아빠의 고개가 획 돌아갔다. 숯검정이 묻은 얼굴, 핏발 선 눈, 거칠게 몰아쉬는 숨소리. 부모님은 달려와 나를 부서져라 껴안았다. 뜨거운 재 냄새와 비릿한 피 냄새, 그리고 쉰 땀 냄새가 훅 끼쳐왔다.
우리는 잿더미 위에서 엉엉 울었다.
그날, 내 돌 사진 한 장 남기지 않고 우리 가족의 모든 것이 타버렸다.
가장 뜨거웠던 폐허 위에서, 나는 아버지의 뜨거운 사랑을 확인했다. 그것이 지옥의 시작인 줄도 모르고.
화재는 우리 가족의 모든 것과 함께, 아버지의 책임감마저 태워버린 듯했다.
집이 사라진 그날 이후, 우리는 마을의 빈집에서 생활했다. 가난은 끈적하게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몰랐고, 아버지의 손에는 초록색 소주병이 들려 있는 날이 늘어갔다.
나는 종종 그날의 아버지를 떠올린다.
불덩이 속으로 주저 없이 뛰어들던 그 뒷모습.
살이 타는 냄새가 진동하던 그 뜨거운 손바닥.
그때는 그것이 사랑인 줄 알았다.
그 기억 하나로 나는 꽤 오랫동안, 망가진 아버지의 모습을 견뎌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빠는 나를 구하려고 불 속에 손을 넣었던 사람이니까."
하지만 술이 들어가면, 나를 구원했던 그 '맨손'은 순식간에 나를 옥죄는 흉기로 돌변했다. 밥상을 엎고, 접시를 부수고. 아내의 머리채를 잡고, 아들의 멱살을 쥐고 흔드는 그 손. 어린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가혹한 순간들이었다.
나는 생각한다.
차라리 그날, 무너져버린 잔해 속에 내가 파묻혀 있었더라면.
차라리 그때, 불덩이 잔해를 파헤치며 나를 찾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지 못했더라면.
그랬다면 나는 아버지란 사람을 온전히 미워할 수 있었을까.
나를 살리기 위해 움직였던 그 손이,
나의 유년을 부수고 있었다.
그날 불타버린 우리 집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