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호 Dec 09. 2023

후회로 남은 친구야! 보고 싶어.

사과의 타이밍 놓치지 말아요.


여러분은 간혹 앞에 있는 누군가를 멍하니 본 적이 있는가? 황당하며 나의 의도를 벗어나는 상대의 반응을 바라본 경험이 있는가?


며칠 전에 우연히 길을 가다가 말싸움을 하고 있는 여자 아이들을 보다가 마치 잠을 자지 못해 멍해진 내 얼굴 같이 황당한 일을 당했던 과거의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중학교 때 가장 친했던 친구가 좋아하는 가수와 내가 좋아하는 가수는 서로 달랐다. 나는 가슴을 울리는 노래를 좋아하는 편이었고 친구는 부드러운 발라드를 잘 부르는 가수를 제일 좋아했다. 많은 중학생들이 그렇듯이 우리도 가끔 말로 장난치는 것을 즐기기도 했다.


그날도 툭툭 말을 던지고 받다가 내가 먼저 좋아하는 가수에 대해 장난스럽게 말을 했다.

“걔 좀 구리지 않아. 노래를 잘못하는 것 같아.”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하고 계속 친구가 좋아하는 가수에 대해 험담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 아이가 가장 싫어하는 가수를 치켜세웠다.  

“가수라면 춤을 좀 출 수 있어야 하지 않아? 가만히 서서 노래만 부르는 것은 좀 아니지.”

“뭐?”



그 이야기를 듣던 친구의 얼굴이 흑빛으로 물들더니 갑자기 나에게 심하게 화를 냈다. 도리어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욕하기 시작했다. 순간 황당하여서. 얘가 왜 나에게 이러는 거야? 나는 뭘 놓쳤지?

그냥 평소대로 난 장난스럽게 이야기했을 뿐인데 그날은 받아주지 않았다. 친구는 황급하게 가방을 챙기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버버 하다가 급기야 친구가 확 집에 가 버렸고 다음 날 따지지도 못한 황당한 경험이었다.   



다음 날 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지만 우리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가 존재하는 것 같았다.

무엇이 그렇게 화를 나게 만들었을까?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 의문으로 남았지만 그날의 분위기가 재현이 될까 두려워 이유를 묻지 못하고 중학교를 졸업했다.

그 뒤로는 나는 친구들에게 뜬금없이 안 좋은 말로 장난을 걸지 않게 되었다. 내 마음 같이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음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5년 정도 뒤에 그 친구를 만났는데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하다가 그날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아, 그때? 몰라. 왜 그랬지?”

우리 둘은 푸스스 웃었다.

친구는 한참 지나서 자기가 그런 일을 했는지, 왜 그랬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그 당시에 아버지가 많이 다치신 시기였기에 별 일 아닌데 그렇게 화를 낸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듣자 나에게 서운한 마음과 후회가 한가득 밀려 들어왔다. 왜냐하면 정말 좋아하는 친구였는데 그 일을 계기로 멀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냥 상처를 입어도 싸워도 겁을 내지 말아야 했다. 왜 그랬는지 이야기를 해 보았다면 후회가 남지 않았을 텐데.....     



오래된 나의 추억 상자를 열면 그 당시의 여러 가수들의 음악을 담은 해적판 카세트테이프도 몇 개 들어 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한 가수의 CD와 그 아이가 좋아한 가수의 CD가 들어있다. 그 아래에 우리들이 주고받았던 쪽지와 편지들, 같이 읽었던 책들이나 만화책들을 보면서 지나간 우리의 우정을 추억해 보았다.


"친구야~ 보고 싶어. 어디서 뭘 하니?"

작가의 이전글 가장 소중한 추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