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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에이든 Dec 06. 2022

약간의 결벽과 조금의 편집증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결벽과 편집의 컬래버레이션

나에게는 약간의 결벽과 아주 조금의 편집증이 있다.


아니다. 사실은 꽤 높은 수준의 결벽과 편집증이 있다.

언제부터 내게 꽤 높은 수준의 결벽과 편집증, 걱정증이 생겼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이따금씩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구나...'라고 느낄 정도이다. 이러한 결벽과 편집증은 이미 내가 부정할 수 없는 나의 특성이 되어 버렸으니, 나의 단점이 되기보다는 장점으로 만들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에 대해 인사이트(insight)를 가져보겠다.


표지 및 이미지 출처 : 이만하면 괜찮은 결심 <정켈 > 삽화 중




약간의 결벽


나에게는 '약간의 결벽'이 있다.

깔끔 돋는 상황..... 상황 그 자체가 쾌감이다 완벽해 :)

앞서 말했듯이 약간은 아니고 꽤 높은 수준의 결벽이 있는 것 같다.

아내와 내 주변 사람들은 그저 '깔끔하다' 정도로 느끼는 수준이겠지만, 면면히 따지고 보면 깔끔하다의 선을 조금 넘는 수준인 것 같다.


선을 넘는 수준임을 느낄 때는 특히 식사를 할 때이다. 개개인마다 그런 '결벽 포인트'가 있을 수 있고 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식탁은 그 결벽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는 아주 단적인 이다.


먼저, 나는 식탁 위에 음식 떨어져 있는 꼴을 보지 못한다.


음식을 먹다 보면 식탁 위에 떨어뜨릴 일도 있고, 먹다가 흘릴 일도 있기 마련인데 그것을 참지 못하는 편이다. 그것이 빵 부스러기던, 국물이던, 밥풀이던, 반찬이던 예외는 없다.


그래서 항상 식사 전에 무언가를 닦을 수 있는 티슈를 확보해 놓아야 맘이 편안해지며, 식사를 하면서도 식탁 위에 떨어지는 무언가를 항상 닦아내면서 식사를 하는 편이다. 식사와 함께 식탁을 청소하는 느낌이랄까... 이러한 결과로 식사가 끝났을 때 내 주변 식탁이 깔끔할 때 느끼는 뿌듯함과 편안함을 즐기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도 매우 이상한 포인트인 것 같다. 카페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빵을 먹으면서 테이블 위에 떨어진 빵 부스러기들을 손으로 찍어 쟁반에 털어 담으면서 글을 쓰는 중이다.


특히 글을 쓰는 작업공간 주변은 더욱 더 깨끗해야 한다. 부스러기가 팔꿈치에 붙는걸 정말 싫어 하는편...

이 이상한 결벽은 식탁뿐만 아니라 식사 중 옷 위에 떨어진 무언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옷 위에 무언가가 떨어졌을 때 그것을 견디지 못하는 편이다. 그것이 부스러기이면 이내 툭툭 털어내기만 하면 해결돼서 다행이지만, 빨간색 국물이나 기름기 있는 것이 옷에 묻으면 식사 중간에 그야말로 지옥이 펼쳐지는 꼴이다. 특히 빨간 국물이 옷에 떨어지는 '1급 적색경보 상황'에는 가능하다면 식사를 멈추고, 바로 물티슈, 물티슈가 없다면 물을 묻힌 티슈로 해결을 하거나, 화장실로 달려가는 편이다.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화장실로 달려가서 즉각 비누, 물비누 등을 발라서 빨간 국물을 만족할 수준으로 지워 놓는 것이다. 물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거나, 화장실을 가기 어려운 상황일 경우에는 임시 조치만 취한다. 그리고는 식사 끝나고 자국을 지우느라 옷이 흠뻑 젖은 채로 오겠지...


옷이 젖는 것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옷이 젖는 것'이 아니라 '젖은 옷이 말랐을 때 그 자국이 보이느냐 안 보이느냐'이다.


문제는 아내는 나와 이런 부분에서 상극이라는 점이다...


아내는 식탁을 거의 커다란 접시처럼 쓰는 스타일이다. 심지어 바로 앞에 접시가 있음에도 말이다.

특히 부스러기가 많은 과자나 빵 같은 것들을 먹을 때에는 앞에 놓여 있는 접시를 무시하고 부스러기들을 식탁에 마구 흩뿌려 놓을 때가 종종 있다. 나는 극단적으로 그런 부스러기들을 흘리기 싫어서 쿠키 하나를 먹을 때에도 손을 받치고 먹거나 부스러기들을 흘리지 않도록 조심조심 먹는 편이다. 나름대로의 노하우도 있 아내가 원한다면 알려줄 용의도 있다.


그리고 나의 참을성을 시험하는 것인지 몰라도 아내는 식탁 위에서 실수로(고의는 아니라고 생각하자) 무언가를 흘리거나 엎지르는 것을 많이 하는 편이다. 신혼 초에는 아내의 그런 모습에 정색하고 타박을 주면서 내가 즉각 조치를 하는 편이었지만, 이제는 내 수준에서 조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받아들이고 나니 은근히 귀여울 때가 많아서 요즘은 그냥 싱긋 웃으면서 넘어가는 편이다. 참고로 아내가 칠칠치 못하게 군다는 것이 절대 아니라, 내 기준으로는 그렇다는 것이다. 내가 봐도 아내 또한 매우 깔끔한 편에 속한다.

내가 극성인 편일 뿐...


음식의 맛도 맛이지만 음식을 차릴때 정갈함도 즐기는 편! 아...  정갈하고 행복하다. 잠깐! 밥그릇에 밥풀이...헉 그리고 밥그릇과 수저 받침의 색깔도 맞지 않아! 왜그랬지?


내게 이러한 결벽이 언제부터 생겼을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였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실패했다. 내 인생에 있어서 꽤 전환기라고 할 수 있었던 고등학교 때였을까? 아니면 그나마 엄마 아빠와 함께 생활했었던 유년기-중학교 때 생긴 것일까?


그 시점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편이나,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빠보다는 엄마의 습관을 보고 배운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 중에 하나는 엄마가 반찬통을 정리할 때 반찬통에 반찬을 담고 양념이 묻어 있는 옆면이나 뚜껑 부분은 키친타월로 깔끔하게 닦아내셨으며, 나 또한 그 모습에 은근한 쾌감을 느꼈던 것 같다. 리고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우리 집 안은 항상 어느 정도 정돈되어 있고 깔끔한 편이었것 같고, 엄마가 그것을 유지해 오셨음에는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 사람이 왜 이러한 특성을 갖게 되었는지는 그 사람 가족이나 주변을 보면 아는 법'이라고들 하듯이

우리 엄마의 깔끔하신 모습을 보면 내가 왜 이런 결벽을 가지게 되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조금의 편집증 혹은 불안증


나는 아주 조금의 편집증 혹은 불안증이 있다.

이것도 딱 나다... 항상 에스컬레이터 사고시 행동을 생각해 놓는 편...

이 또한 결벽과 마찬가지로 '아주 조금의' 수준은 아니며 '꽤 심한 편'에 속한다. 특히 '안전'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이러한 걱정과 불안증이 여실히 잘 나타난다.


아내는 나의 MBTI가 N(직관)이 아니라 S(감각)라고 하지만, 나는 주관적으로나 객관적으로나 파워 N(직관)이다. 아내는 나의 머릿속을 헤짚어보지 않았을 뿐, 그리고 대부분 아내의 소통에 대한 나의 미적지근한 반응 덕분에 나를 S로 치부할 뿐 나는 파워 N임이 분명하다. 이 글들의 주제 또한 직관형 답게 '인사이트'가 들어가 있지 않은가! 그리고 실제로 아내가 말하는 동안 집중하지 않고 내가 딴생각(직관이라 하기엔 부질없는... 주로 망상)을 하고 있을 때가 많아 혼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파워 N이 편집증과 불안증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그 단적인 예로 나는 항상 운전을 할 때 사고가 난다면 어떻게 대처를 할지 미리 생각해 놓는 편이다. 실제로 고속도로 위에서 차량이 반파되는 심각한 사고를 겪어보기도 했었고, 다큐나 위기탈출 넘버원, 블랙박스 분석 등과 같은 사고 상황과 관련된 TV프로나 동영상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일어나면 이렇게 해야 할지를 항상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보곤 한다.


다리 위에서 차량이 물에 빠졌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아직도 내부에서 유리창을 깰 수 있는 안전망치를 사지 않은 것이 매우 찝찝함),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누군가의 실수로 내가 조심해도 피할 수 없는 사고를 당했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등등에 대해서 생각해 놓는 편이다. 문제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서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는 점이다... 이런.... 걱정에 걱정이 덮친 격이군... 


그리고 그 편집증, 불안증은 이런 안전상황뿐만 아니라 ''을 함에 있어서도 종종 나타나는 편이다.


나는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플랜 B를 생각해 놓는 편이다. 내가 준비하고 있는 내용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선택되지 않거나, 활용되지 않을 때 어떤 다른 대안을 적용할지, 어떻게 윗사람들, 외부 사람들을 설득할지 등에 대해서 미리 생각해 놓는 편이다.


이러한 부분은 앞서 얘기한 결벽증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은데,

일을 깔끔하고 완벽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걱정과 불안감을 가진 채로 그것에 대해서 미리 대비하는 성격인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일을 처리할 때 꽤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마무리하게 되는 장점이 있음과 동시에 한정적인 시간 내에서 완성도 높은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 많은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가지면서 일하게 되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한정된 시간 내에 일을 완료하지 못하게 될 때, 혹은 한정된 시간 내에 도저히 처리하기 어려운 의 일들이 몰아칠 때는 만족스럽지 않은 완성도 때문에 '폭발하는 스트레스' 또한 온전히 나의 몫이 되는 셈이다...


덕분에 나는 일을 열심히 하면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살이 쭉쭉 잘 빠지는 편이다.

아내가 부러워하는 점 중에 하나이다. 참고로 이번 달에 올 연중 최저 몸무게를 찍었다 :)


문제는 이러한 편집증과 불안증들이  주변의 안전에 있어서는 나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일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나에게 ''이 될 때도 있다는 점이다.


세상 살기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듯이 일 또한 내 생각대로 안 풀릴 때가 많고,

조직에서는 '일에 대한 결과물이 얼마나 완성도를 가지느냐' 보다는
'한정된 시간 내에 일을 제대로 해냈느냐' 여부 자체가 중요할 때가 더욱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내적인 부담감, 좌절감, 패배감이 너무 걷잡을 수 없도록 커져버렸을 때에는 내 몸과 마음이 무너져버릴 때가 종종 있다.

마음은 온전하나 몸이 무너질 때가 있고, 몸은 온전하나 마음이 무너져서 몸과 마음이 함께 무너져 버릴 때도 있다.

그럴 때에는 내 마음속에 있는 부담감과 걱정들을 조금은 내려놓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해서 무엇보다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는데 모든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약간의 결벽과 편집증은 있을 수밖에 없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만큼은 약간의 결벽과 어느 정도의 편집증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별생각 없이 마주한 일을 막연하게 수행하게 될 때보다, 일의 완성도에 신경을 쓰고,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가지고 일을 해냈을 때 분명히 그 일의 결과가 좋을 때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일을 하기도 전에 지나친 결벽과 걱정에 사로잡혀서 일을 망치게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나는 여러 가지로 바쁜 상황들 가운데 위와 같은 안 좋은 상황들을 온전히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명상'이 매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최근 자기 계발에 관심을 가졌더니 SNS 알고리즘을 통해 연결되는 광고가 온통 자기 계발과 관련된 광고들 뿐이다. 그 방법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흔히들 말하는 성공한 사람들, 부자가 된 사람들의 특징 가운데 가장 큰 점은 대부분이 확고한 '본인만의 루틴'이 존재한다는 점인 것 같다. 특히, 실리콘밸리에 많은 CEO들은 그러한 스트레스를 컨트롤하는 방법으로 '명상'을 많이 활용한다고 한다.


나는 오전 업무에 임하기 전 루틴으로 하루의 To Do List를 정리하는 것을 실천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조금 더 일찍 일어나고, 일어나자마자 하루의 시작을 정리할 수 있는 '명상'의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아웃사이더의 인사이트


약간의 결벽과 조금의 걱정증들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온전히 컨트롤하는 것이 중요하고,
본인의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 습관 중 하나로 '명상'을 실천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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