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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래곤 아저씨 Aug 04. 2023

# 03 사람은 고장나는 것이 아니에요!

고장난 사람이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이나 네이버에 어떤 정확한 정의는 없겠지만, 기존에 가능했던 일반적인 신체적, 정신적 기능들에 문제가 생겨,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진 상태를 고장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보통 기계가 고장나면 A/S센터에 찾아가 부품을 교환하거나 일부 교정을 하여 고장난 부위가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여 다시 내보낸다. 그러나 이 뇌졸중이 무서운건 괴사한 (일정 시간동안 피가 공급되지 못해 산소 부족으로 죽은 뇌의 부분)  뇌는 이전 상태로 다시 복귀하지 못한 다는 설명이었다. 이 말은 나에게는 상당히 절망적인 소식이었다. 그럼 난 고장난 상태로 평생을 살다가 죽어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그런 막막함 말이다. 나처럼 잘 몰랐던 이들을 위해 간단한 설명을 하자면, 뇌졸중은 뇌출혈과 뇌경색으로 나뉜다. 뇌출혈은 뇌혈관이 터져 버리는 현상이고,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혀 피가 공급이 안되는 현상으로 뇌가 손상을 받는 것이다. 뭐가 더 위험하고 그런 치명률을 사실 잘 모르겠고, 일반적으로는 뇌경색이 더 많아 보이기는 한다. 뇌졸중이 골든 타임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조금이라도 빨리 이 뇌가 공격을 받아 손상 받는 부위를 줄이는 것이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다. 주변 뇌졸중을 겪으신 분들 중에는 신체 움직임 제약이 많거나 심지어 가족도 기억못하는 경우도 봤을 때, 이건 예측과 조절이 안되는 공격이라, 그냥 재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상황을 지켜보자니 나와 같은 경우는 딱히 병원에서 조치할 만한 것이 별로 없기에 뇌손상이 심하지 않고, 진정국면으로 보이면 퇴원을 시키는 것 같았다. 나는  당시에는 그걸 별 심각할 것 없는 병이고, 나는 심각할 것이 없는 경증 환자라 금방 퇴원 시키나 보다라는 정도의 정보로 해석하여 받아들였던 듯 하다. 여기에서부터 두 번째 위기의 징조가 시작된 지점일 것이다. 뇌졸중은 첫 발병후 1년이 재발 위험이 가장 높고 그리고 2년까지가 재발 위험이 높으며 2년 후부터 점차 안정화 단계로 보는 듯하다. 퇴원할 때 그런 말을 해주었던 것 같기도 한데, 이미 경계를 느슨하게 풀던 단계라 그리 경각심을 가지고 새겨 듣지 않았던 듯하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삶을 결정하는데 있어 태도가 5할 이상은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릭고 이 태도가 나에게 불러올 스노우볼을 그때는 전혀 예상치 못하고, 이 갑갑한 병원에서 나갈 수 있다는 것과 이제 이 귀저기도 벗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 좋을 뿐 이었다.      

 몇 년이 흘러 건강도 좀 회복하고, 새로운 일상에 어느정도 적응해 갈 무렵,  평소 존경하던 연극 연출가 선생님을 찾아뵐 기회가 있었다. 그 선생님도 이 전해 암투병하시던 남편을 하늘로 떠나보내고, 여러 가지로 힘든일을 겪고 계신 것을 알고 있기에, 내가 아팠던 것도, 어떻게 살아왔단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오랜만에 뵙던 것이어서, 내 상황을 간단히 말씀드려야지 하고 뵙고, 사실 내가 아팠었고, 그로 인해, 몇 년간 사회활동, 경제활동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는 걸 말씀을 드렸다. 그러자 선생님은 마치 내가 무었이 힘들었을지 다 아는 사람처럼, 담담하게 ‘지금의 너도 많이 사랑해죠, 옛날의 너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는 몰라도, 지금의 너도 분명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을거야.’ 라고 말을 해 주시는데, 순간 무언가 울컥 목이 메이고, 말문이 막혔다. 나중에 혼자 찬찬히 생각하며 돌아보니, 나는 내가 고장나고 망가져 버렸다고 생각을 했고, 그런 나를 인정하기도 싫고, 지금의 내가 참 싫었던 것 같다. 그 태도가 내 삶을 내 질병보다 더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는 걸 나 스스로도 몰랐기에, 선생님의 그 말 한마디에 무슨 버튼이라도 눌린 듯, 울컥 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오랫동안 생각을 해보니, 사람은 고장나는게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고장 났다는 건 고치거나 부품을 교체하는 등의 행위로 이전의 상태로 다시 복원시킬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는데, 질병으로 무어져 내렸던 사람은 이전의 상태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 같다. 물론 누구나 그걸 희망하겠지만, 그건 희망사항일 뿐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의사도 나에게 한번 괴사되어 죽은 뇌의 부분이 다시 살아나는 건 불가능하다고 얘기했었다. 그렇다면 어떤 상태라고 얘기 해야 할까 고민해보니, 이전 나의 기준 또는 사회 기준에 부합하는 능률과 효율이 떨어지는 상태정도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이글의 제목도 뉴노멀 일상이라는 말을 쓰게 된 것 같다. 상황이 바뀌면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것이다. 나의 정의에 맞지 않으면 본능적으로 나의 뇌는 무언가 틀렸다고, 잘못되었다고, 수용하려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계기로 삶이 무너졌거나, 큰 변화가 생겼을 때는 세상과 나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개념을 내리는 것에서 그 첫 발자욱을 시작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해서, 그 가치와, 의미까지 똑같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사회생활과 노동활동을 위해, 능률과 효율을 끌어 올리기 위한 노력은 필요할 것 같다. 이건 고장나서 고친다는 개념보다는 능률이 떨어진 PC를 조각모음을 하고, 소프트웨어 정리를 하는 것이 차라리 유사한 것이 아닐까. 혹시 주변에 뇌졸중 환자분이 계신 분들은 꼭 이걸 도와주시면 좋을 것 같다. 날 가장 힘들게 한 건 새롭게 생긴 장애와 불편한 요소들이 아니라 내가 고장났다는 생각과 절망이었던 것 같으니, 따뜻하게 ‘넌 고장난 것이 아니야’ 라고 알려주고 격려해 주시면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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