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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래곤 아저씨 Aug 18. 2023

#05 인지와 인식의 차이, 그리고 인지 장애

앞서 얘기한 것처럼, 뇌졸중을 이해하려면,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인지 장애인 것 같다. 인터넷을 통해 본 통계자료를 보면, 뇌졸중 환자의 40% 정도가 인지 장애를 겪는다고 하니 거의 절반에 해당 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에 대해 첫 번째, 뼈저리게 느꼈던 첫 사건이 있다. 2차 재발 입원 후 퇴원하고 집에 있으며, 막막하고 불안하고, 나는 이제 아무것도 못하는 건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상태인데 뭐라도 할 수 있을지 않을까? 이런 고민들을 끊임없이 떠올리다가, SNS광고에 쿠팡이츠 배달 대행 광고를 보고, 나도 이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에 바로 쿠팡이츠 앱을 깔고, 배달콜을 받으면 되는 거였다. 첫 번째 콜을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차키를 찾았는데, 와이프가 내 차를 타고 외출을 해서, 와이프차가 있기에 차키를 찾아서, 낯선 인근 동네로 출발을 하였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무슨 돈까스 집이었던 것 같다. 목적지를 얼마 안남기고, 신호가 황색불로 바뀔 때, 앞에 정지선에 정차를 하려고 속도를 늦추면서 진입을 하는데 큰 소리로 콰광소리가 나서 놀라 브레이크를 밟고 앞을보니 앞에 정차해 있는 차의 후미부분을 내가 박고 있었다. 분명히 아무 차도 못봤는데 뭐지? 라고 차분히 생각할 겨를 도 없이 내려 상대차 운전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사고 접수를 하고 하며, ’좃됐다‘ 라는 한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근데 내가 뭘 잘못한 거지? 분명 아무 차도 없었는데, 갑자기 왜 차가 나타난거지? 이런 고민을 차분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사건 수습하고 견인차로 차를 보내고 나서, 와이프에게 이 사건을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하지 하는 숙제를 안고 집에가 돌아올 와이프를 기다렸다. 할 얘기가 있다며 자초지종을 이야기한 나에게 와이프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2만원 벌러 나갔다, 200만원 까먹고 왔냐며,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잔소리를 30분 정도 쏟아내기 시작했고, 나도 이해가 안되는 상황을 어찌 설명하고 납득시킬 방법이 없어 그냥 묵묵히 듣고 있는 것 이외는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아프다는 사실에 막막하고 절망적이었을 와이프이었을 것이기에 더욱 더 속상해서 그랬겠지만, 뭐라고 해보려고 한 내가 이정도도 못하는 사람이 된건가 하는 절망이 나를 무너뜨린 첫 순간이었다. 나중에 외래 진료시 이런 상황에 대한 문의를 간단히 했더니 의사가 이번에는 시각에 좀 문제가 있을 거라고 얘기했다. 나는 그 얘기가 내 눈 곧 시력에 문제가 있을거라는 말로 알아들었다. 어릴적부터 시력이 좋았던 나는 내가 눈이 나빠진건가? 라는 의문을 가졌지만 딱히 그런 징 후는 많이 느끼지 못하겠어서, 재활치료 받는 한의사한테 물어보니, 눈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그걸 인지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는 거라고 말을 해줬다. 그제야 좀 납득이 됐다. 난 뇌를 다쳤는데, 왜 눈에 문제가 생긴다는 말인가? 전에는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병원을 갈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환자들은 정말 많고, 통계를 봐도 계속 증가추세인데, 담당의사의 수가 적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외래를 통한 잠깐의 시간동안 어떤 자세한 설명이나 가이드를 받기는 현실적으로 힘든 듯하다. 다행히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한의사에게 눈의 문제가 아닌 인지 장애의 일환이라고 얘기를 들으며 처음으로 ’인지 장애‘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무렵부터 나는 인지 장애가 있다는 팩트는 입력하고 있었지만, 정확히 그게 무엇이고 무슨 문제가 있는지 이런 것은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보는게 옳겠다. 

  그럼 인지는 도대체 뭐고 비슷해 보이는 인식과는 뭐가 다른 것인가? 

일단 인식의 사전적 정의는 ’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할 줄 아는 것‘이라고 나온다. 이에 비해 인지는 감각을 통해 얻어진 정보를 아는 것을 인지라고 한다. 감각이란 결국 우리가 흔히 아는 오감 (눈, 코, 입, 손 등)의 기관을 통해 얻는 정보 아닌가? 그제서야 문제의 실마리가 보였다. 감각 기관을 통해 얻어진 정보가 뇌에서 해석되고 받아들이는데 오류가 생기는 장애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살아가면서 축적한 지식과 경험 이런 것에 오류하고는 다른 측면의 장애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이런 것에 문제가 생겼을 까봐 겁이 났던 듯하다. 

일단 인지 장애의 종류는 1, 기억력 장애, 2, 언어기능 장애,  3, 성격 변화  4, 지남력 장애(내가 누구? 여기가 어디?) 5. 목적 의미 상실 (내가 뭐하려고 나왔지?) 크게 이렇게 5가지로 나눈다고 한다. 왜 간호사가 아침마다 나에게  이름, 여기가 어디?, 이런 것들을 물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아무튼 의사가 가능하면 운전을 하지 말라고 해서, 현재까지 한 3년째 운전을 거의 안하고 있다. 실제 잠깐씩 해보면, 운전하는 기능에는 별 문제가 없는 듯 한데, 예를 들어 사이드 미러를 보며 차가 없으니 차선 변경을 해야지 하면, 내가 본 것이 맞나? 진짜 없는 거 맞어? 이런 의심이 들면서 매순간 극도의 불안을 느끼며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도 힘들어 하고 싶지도 않다. 이러다 누구라도 다치게 할까봐 너무 무섭기 때문이다. 이 장애도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에 재활훈련 등을 통해 좋아질 수 있다고 하니 가능한 한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핵심인 듯 하다. 이 뇌의 신비함과 원리를  느낀 한 사례가 있다. 퇴원 후 집에서 쉬며 요양겸 관리 중에 있을 때,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친한 동생이 안동에서 올라와 우리 집에서 며칠 묵으며 함께 있을 때, 녀석을 몸을 쓰는게 전공이고, 잘 아는 녀석이라 나에게 이런저런 제안과 팁을 많이 주었는데, 나에게 줄넘기를 해보라고 권유하였다. 본인이 쓰던 줄넘기를 가져왔기에 거실에서 줄넘기를 받아들고 시험삼아 해보는데, 그 한번의 넘기가 안되어서 순간 무척 당황하였다.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스스로 개당황한 나는 몇 번을 재차 시도 하였지만, 한번을 넘을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집앞 또는 공원에 나가 매일매일 몇 번씩 그 한번을 넘으려고 수백차례를 시도하였고, 지금은 평균 한 번 하면 끊기지 않고, 100~200회 정도 꾸준히 줄넘기를 하고 있다. 재활치료 의사에게 안되던게 언젠가부터 된다고 이게 왜 그런가 물었더니, 뇌가 그렇게 신비한 거라고, 예전에 되던 회로가 손상되어 안되더라도 자꾸 하려고 하니 뇌의 다른 곳에서 그걸 수행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내면서 하게 되는 거라고 했다. 예전에는 쉽게 하 시간씩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하면서 작업을 하던 것들도 금방 피로해지고, 하는 이유도 최 단거리의 길로 작업하던 뇌가, 새로운 길로 만들어서 작업하면서 이동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에 같은 작업을 해도 금방 더 피로해 지는 것이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이 무렵부터 이 인지장애라는 것을 극복해 보기 위해, 탁구도 쳐보고, 숨은 그림 찾기 같은 것도 해보고 혼자 생각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은 여러 가지 것들을 해봤다. 뭐가 얼마나 좋아지고 개선되어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뇌에 많은 손상이 왔어도 대체가 어느정도 된다는 것이고, 그것이 빠를수록 더 효과가 있다고 하니 혹 주변에 뇌졸중 환자가 있으신 분들을 옆에서 이렇게 알려주시고 도와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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