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ep.2] 넘치는 디자인 시장에서,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생각법.
미술입시를 하던 시절, 학원 원장님은 미술 실기보다도 이론과 철학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해주었다.
그때 생각나는 주제는 "디자이너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다.
대학생활,취준생활을 하면서 자기소개를 하는일은 굉장히 많아졌다. 거의 한 학기마다 자기소개 글을 한번씩 쓴것같다. 자기소개에 빠질 수 없는 중요한 포인트는 나의 직업에 대한 고찰이었다.
디자이너는 너무 큰 카테고리다. 그런 큰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디자이너란?"이란 정의는 정말 어렵다.
당시에 내가 내렸던 디자이너란?의 정의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더 좋은 세상, 더 나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디자이너라는 것이다.
어느 디자인 분야던 지금은 디자인과 기술은 밀접하게 관련되어있다.
책에서는 디자이너는 기술과 사람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기술들을 더 편리하게 제공하도록 디자인하는것이 디자이너의 새로운 역할이 되어가고 있다.
디자인은 수많은 크고작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런 측면에서 고등학생때 생각했던 "디자이너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란 부분과 비슷한 맥락이다.
낯선 기술들을 더 섬세하고 편리하게 디자인하여 제공하기 위해서는 최신기술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후배들 입시상담을 하다보면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는데, 디자인을 잘 할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에 대한 대답으로 나는 늘 '미술경력과 디자인은 전혀 상관이 없고, 가장 중요한것은 좋은것을 볼줄 아는 눈'이라고 대답한다.
디자인은 정답이 있어서 외우고, 수식을 암기해 답을 내리는것이 아니다. 새롭게 디자인하고, 만들기 때문에 정해진 답이 없다. 답은 디자이너 스스로 내리게 되어있다. 어느 정도 작업물에서 OK를 해야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작품을 많이보고,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취향을 만드는것이 중요하다.
내 작업물에 대한 평가를 냉철하게 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눈높이가 필요하고, 이런 높은 눈높이는 스스로를 계속 더 좋은 디자이너가 되도록 만든다.
'인문학은 인간의 근원적 문제에 대해 사상적, 문화적 고찰을 하는 학문입니다. '왜?'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죠.'
디자인은 인간을 향한다.
디자인 관련 서적을 보면 "인간을 위한 디자인"이라던가, "공감"이라는 주제가 많이 드러난다. 책에서는 디자인에 있어 인문학적 접근은 공감을 통해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디자인이던 사용자/시청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디자인은 경쟁력을 잃게된다.
'디자인은 사람을 향합니다. 디자인의 존재 목적 자체가 인간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내가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사회학을 부전공하게 된 이유도 비슷하다.
내가 전공한 영상디자인은 특히나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지는것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작과정이 어떻든 창작물에는 제작자의 가치관이나 사상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미디어의 발전에 의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분야인 만큼 스스로 인문학과 철학을 통해 스스로의 감성을 높인다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상을 알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해 알아야 한다.
지금의 브랜드나 회사들은 모두 브랜드의 '물건'뿐만아니라 브랜드의 가치를 함께 판매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디자인에 있어서 이야기를 담고 인문학의 도움을 받는것은 필수적이다. 디자이너로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지식을 필요로한다.
디자인은 사실 정해진 뚜렷한 직무명이 없다. UX,UI디자이너라고 해서 딱 그일만 하는 경우도 드물고, 영상디자이너라고 해서 촬영만 하지도 않는다. 기술에 따라 해당 툴을 사용하는 사람마다 00디자이너 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회사마다 같은 직무도 다양하게 부른다. 내가 한가지 디자인만 해서 평생을 먹고살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 디자이너는 다양한 영역의 디자인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나의 한계를 직무명으로 정해놓고 살필요는 없다.
모든 디자이너는 최종적으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어야 한다.
'특정 분야의 제한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기보다, 어느 분야에도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함과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단단한 방법론을 지닌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Ai가 그린 그림이 유행하면서 Ai가 디자이너를 대체할것이라는 이슈가 있었다. 불안하지 않느냐는 사람들의 걱정도 있었다. 나는 딱히 그렇다고 수긍하거나 불안해본적이 없다.
촤근 코로나로 온택트가 유행하면서 내 전공분야인 영상디자인분야는 크게 변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버추얼휴먼은 불쾌한 골짜기라며 부정적이던 시선에서, 지금은 버추얼 휴먼이 광고를 찍기도 한다. 버추얼 휴먼은 인간 연예인처럼 사생활로 인한 논란의 여지도 적고,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좋은 아이템이라고 한다. 그러면 연예인도 똑같이 사라질까?
갑자기 버추얼관련된 디자이너의 수요가 크게 늘었고, 버추얼 휴먼을 디자인하는 분야도 커지면서 세분화 되었다.
Ai나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사라질것같지는 않다. 더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되어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창작자이자 해결사로서의 디자이너는 지속될것이다.
디자이너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처음에는 잘 다룰 수 있는 툴이 나를 정의내리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내가 더 넓은 시야로 디자인을 보게된다면 디자이너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디자이너로서의 장점은 리더로서도 좋은 장점과 부합하기에, 세계적인 기업의 임원진 명단에서 디자이너 출신 경영자도 많다.
책에서는
- 디자이너의 공감, 소통 능력
- 창의성과 빠른 구현 능력
- 빠른 적응력
등을 사례로 들어 디자이너는 효과적으로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리더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언급한다.
디자인의 모든 분야에서는 늘 사람이 중심이 된다. 그리고 디자인은 사람을 향하고, 디자인을 만드는 나 조차도 사람이기에 내가 좋은 사람이 되도록 하는것은 중요하다.
책 후반부에서는 디자이너로서 여러가지 갖춰야 할 자세들에 대해서 설명한다.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효율적으로 회의시간에 의논하고, 업무를 배분하기 위해서는 협업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된다.
무엇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것, 서로 솔직하고 논리적이게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
디자인은 설득이기에 논리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많은것을 창작해야 하는 만큼 평소에 생각한 것들을 적어두는것도 필요하다.
디자이너에게 추천되는 많은 습관중 하나가 "글쓰기"다. 글쓰기를 연습하고 말하기를 연습하면 커뮤니케이션의 양과 질을 높여줄 수 있다. 내 생각속에 있는것을 그것을 모르는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배려가 필요하다.
학교를 다니면서 생긴 불만 중 가장 큰건 이 세상은 디자이너에게 너무 많은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코딩도 할 줄 알아야 하고, 요즘같은 시대에 영상제작은 기본이며, 시각디자인은 거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더해서 기술에 대한 활용도 해야하고,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하며, 인문학도 해야하고.
글도 써야하고 말도 잘해야 한단다. 만능인이 따로없지않나.
게다가 디자인은 전공자 뿐만아니라 비전공자 취준생도 많은 만큼 경쟁자도 많고, 디자인에 대한 인식으로 인해 디자인 단가에 대한 후려치기가 심하다. 디자이너라는 분야가 한계가 정해져 있지 않은 직무이다보니 한명의 디자이너가 3,4명의 작업을 몰아서 하는 경우도 있다.
초기에는 취업시장에서 디자이너는 좋은 직무가 아닌것 처럼 느껴졌다.
다만 책을 읽고나서 드는 생각은 - 지금 당장 모든것을 배워야한다는것이 아니다.
무언가 한가지를 정의내리고 몰두하면, 내가 무언가를 완전히 습득하기도 전에 트렌드와 기술은 세상을 바꿔버릴것이다.
한계를 정하지 않고 끝없이 걸어나가는 길이 디자이너의 길이라고 생각하면 무한한 확장성을 가진 매력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