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생애 두번째 7살..(1부)

할머니 집은 있는거보다 없는게 더 많았다

by 정예윤


7살 이전과 이후의 기억은 거의 소멸상태인데
참 묘하게도 7살 딱 1년의 기억은 어제일마냥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내 나이 7살때 나는 너무 행복했었고
꿈을 꾸면 늘 7살 그때로 돌아가 있었고
꿈에서 깨고 나면 다시는 돌아갈수 없는
7살 그때를 그리워했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나서야
나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내생애.. 가장 행복했던 7살




내위로 두살 터울의 언니가 있고
내아래로 두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다
그리고 막내 남동생이 태어났다

네 아이의 육아가 힘에 부쳤던 엄마는
어느날 아주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여보.. 둘째가 7살이니까 학교 들어가기전
1년만 시골 어머니께 맡겼으면 합니다


그랬다..
순하디순한 언니와 동생과는 다르게
하루종일 따라다니며 뒤치닥거리해야하는
말썽꾸러기 제멋대로인 둘째딸때문에
엄마는 지칠대로 지쳐있었기에 아빠는
엄마를 육아지옥에서 구제를 해주시기로 하셨다


하얀 원피스에 분홍색 구두를 신고
그렇게 나는 막내삼촌 손을 잡고
시골 할머니집으로 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보낸 1년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소중한 그 시간을
이제 이야기해보려 한다


할머니집 갈때 요런 스타일의 핑크색 에나멜 구두를 신었었다




할머니 집은 있는거보다 없는게 더 많았다




할머니집은 방한칸 부엌 한칸의 초가집




할머니의 부엌에는
불을 때는 아궁이가 있었고
밥도 불을 때서 해먹어야했고
물도 샘에서 길어다 먹어야했다


우리집은 부엌바닥이 시멘트라서
비오는 날은 부엌에서 고무줄 놀이를 했는데
할머니집 부엌은 흙이라서
부엌바닥에 물을 흘리면 혼나기 일쑤였고
불을 때고나면 비짜루로 아궁이 주변을
깨끗하게 쓸어야했다






할머니집을 나와 뒷길로 조금걸어가면
큰 바가지정도 싸이즈의 작은 샘이 하나 있는데
(설악산 오색약수터랑 흡사하게 생겼다)
물이 바닥에서 조금씩 새어나와 샘을 채운다



그러면 그물을 떠서 할머니부엌에 있는
아주 큰 물동이에 채워놓고 그 물로 밥도하고
세수도하고 머리도 감았다


다행히 그 샘을 이용하는 집은 우리뿐이라
물을 떠오는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할머니집엔 티비도 없었고 라디오도 없었다
전기도 없어서 호롱불을 켜놓고 바느질을 하셨다

할머니는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심부름을 시켰고 며칠간은 우왕좌왕했지만
이내 할머니 심부름도 곧잘 하게 되었다


아직 기억하는 단어는
정지(부엌) 봉당(지금의 데크정도)
실꾸러미도 뭐라 했는데 그건 기억이 안난다


세월이 많이 지나 가끔 엄마랑
내 7살때 할머니집에서 살았던 얘기를 하면
울 엄마는 지금도 우신다



힘들어도 끼고살걸 내가 왜 널 보냈을까 하고
가난한 할머니밑에서 너무 가난하게 보낸
나의 1년이 너무도 미안하다고..


무튼 울 엄마는 7살 어린 손녀를
제대로 보살펴주지 않았다는 섭섭함에 사는동안
할머니한테 그리 다정다감한 며느리는 아니었다


그때 나는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엄마는 내말을 믿지않고
그저 내가 속깊은 딸이라고만 생각하는것같았다


엄마..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때는
할머니집에서 살았던 내나이 7살 때였다고요!!!





기다리는 사람 없어도 2부가 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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