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수의 목락과 새로운 시작
한국 보수는 지금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보수만이 진리이기에 다시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견제 기능이 상실되었다는 점이다. 권력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급진적인 전체주의로 변질되기 마련이다. 좌로 기울면 공산주의가 되고, 우로 기울면 파시즘이 된다. 대한민국 보수의 몰락은 곧 진보를 견제할 수 있는 힘을 잃었다는 뜻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진보를 비난하기 전에, 오히려 자신들이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역부족을 성찰해야 한다. 오늘날의 보수주의는 전통적·도덕적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 아니라, 기득권을 지키는 이권 논리에 빠져 있다. 정치와 사회를 지탱해 왔던 역사적으로 증명된 가치와 기독교적 윤리는 사라지고, 단지 한 세대의 지식과 관습을 옹호하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그런데 이처럼 보수의 가치를 수호해야 할 교회마저 부패하고 타락했다. 2024년에 여러 교단과 교회의 문제들이 폭로되었고, 12월 3일에는 비상 계엄령까지 선포되며 한 해를 마무리하였다. 기독교는 역사적 사건을 통해 신의 계시를 해석하려 노력한다. 성서에도 악한 왕 느부갓네살이 이스라엘을 포로로 끌고 간 일이 바로 그들의 타락에 대한 경고를 듣고도 돌이키지 않은 백성들을 향한 하나님의 책망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다. 참새 한 마리조차 하나님의 허락 없이는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제 우리는 보수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그리고 올바른 견제를 회복해야만 한다. 그러나 역사의 한 사이클을 생각해 보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미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듯하다. 어느 한쪽 진영이 완전히 궤멸되어야 끝이 날 것만 같은 분위기다. 그리고 그 궤멸의 운명을 맞이할 진영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역사의 거대한 사이클을 생각하며 보수주의자들은 다시 시작하고, 다시 일어나야 한다. 에드먼드 버크는 당대 영국의 보수주의자들을, 넓은 초원에서 조용히 풀을 뜯는 소떼에 비유했다. 주변에서 날뛰며 소란스러운 메뚜기 떼와 달리, 소는 조용하고 어리석게 보이지만, 진정한 위기 앞에서는 그 힘을 발휘한다. 이제 수많은 보수주의자들이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그들은 반드시 사고하고, 행동해야만 한다. 에드먼드 버트의 말처럼 나는 곧 이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