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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로또같이 Sep 02. 2023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아야하는 이유

일본 방사능 오염수에 치를 떨며.

아이를 낳는건 사실 생각보다 할만했다.

하나의 참신한 경험이었달까.


그런데 육아는 차원이 달랐다.

언어를 새로 익히고

내 모든 습관을 바꾸고

철학을 정립하고

가치관을 세우고

내 단점을 파악하고

정확한 가정 현실을 인지하며

경제적인 생활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그럼에도 미소를 잃지않기.


난 사실 임신때부터 “약자”가 되는 느낌이 힘들었다. 멀쩡히 걷던 거리를 기우뚱. 하던일도 피곤해서 내려놓는 그 기분이 어색했다.


애기를 낳으니 더하다.

유모차로 가는 길이 이렇게나 빙돌다니.

애기랑 손잡고 엘리베이터를 갈때면 빠르게 갈수가 없어 하나를 보내놓고 기다리기 일쑤이다

주차는 어떤가. 애기가 잇어서 멀리대면 걸어가는 내내 위험하고 죽을맛이다.

밥도 애기가 먹을수 있는지 확인하거나 만들거나. 요리가 싫든 좋든 당신 선택사항이 아니다. 무조건 하는거다.

청소도 마찬가지. 정리정돈도 무조건 하는거다. 나중은 없다. 애기가 밟고 넘어지면 이미 돌이킬수 없다.

잠깐 부엌 청소하면 놀이방에서 물감놀이 시작된다.


이렇게 “다시 태어나는 나”는

환경에 아주 관심이 많고, 타인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다른아이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약자가 눈에 띈다. 회사를 다니지 않기때문에 일상생활의 “관계”에 대해 훨씬 더 다양하고 직접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일자리에서 만났던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

(일할때는 그들을 욕하느라 바빳었지만)과는 비교도 안되게 다양한 관계를 맺는다.

옆집엔 누가 살고 뭐하는지, 놀이터 그네는 몇개고 어디가 인기가 좋은지, 카페 사장님은 누군지, 누가 말을 예쁘게하는지, 바르게 자라는 아이는 어떤지.

“미래는 어떨지” 끊임없이 공부한다.


난 성격이 매우 급하고 확실하다

수학 공부만 죽어라 하고, 행정 하다가 틈틈히 여행 계획만 세웠다

그게 전부였다.

예능 아니면 웃을일이 없었고, 점점 더 냉소적으로 변해갔다. 거칠기도 했던것 같다. 어른들하고만 있으니까 점점 더 그렇게 됐다. 나를 방해하는건 가차없이 욕했고 싫어했고 제거했다. 같은 팀에서 못하는 애들을 보면 이해가 안되고 거부감이 들었던게 사실이다


지금은 어려운 일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함께” 하나씩 해가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

한걸음이 얼마나 큰 결과를 가져오는지 아이를 보면서 배운다. 대충하거나 완벽주의를 가르쳐서는 아이가 성장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서서히 한발짝을 정확하게 가르쳐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걸 아이에게 배웠다. 나도 그런부분이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 싶었다.


이런 자기 반성과 미래중심적인 사고. 그리고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끊임없는 밝고 긍정적이고 호기심 가득한 대화. 이것이 아이가 미래고 희망이라는

이야기라는걸 뼈저리게 느낀다.


난 미혼일때 “나없는 미래가 뭔상관?” 이었다. 그 생각에서 뻗쳐나오는 내 행동과 태도는 적어도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진 않았을거다.

그냥 아이를 낳고 겪여보니 이렇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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