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e 박사 Jan 05. 2023

재벌집 막내아들은 누가 만들었나?

최근 유행한 재벌집 막내아들이란 드라마가 어정쩡한 결말로 끝이 났다. 결말이 어떤지 논하고 싶지는 않고, 이 드라마로 인해 실제 재벌집 막내아들에 대한 비판적 선입견이 기정사실로 모두의 머릿속에 남을까 봐 걱정이다.  물론, 재벌집 막내아들이, 극 중에서 묘사된 것처럼 무능하고, 때론 어이없고, 욕심만 가득 찬 그런 인물도 더러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타고난 좋은 환경을 잘 활용하여서, 남들이 갖지 못하는 좋은 학습기회를 얻고, 이를 잘 살려서 훌륭한 경영자로 태어난 막내아들, 아니 재벌집 아들 딸들도 수없이 많다. '수없이'라는 표현은 좀 잘못되었다, 그렇게 만나보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언론, 특히 신문 지상을 보면, 이런 아주 훌륭한 재벌집 아들 딸들이 너무 많다. 그것 또한 사실은 아닐 것 같은데. 이런 유능한 재벌집 막내아들은 다름 아닌 언론, 또는 그 안의 기자들이 만들어냈다.


한국에는 유명한 전문 경영인이 없다. 아니, 안 만들어지고, 만들어져도 알려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언론이 궁금해하는 (결국, 대중이 듣고 싶은 얘기가) 재벌집 막내아들의 '신'적인 능력이기 때문인듯하다. 북한의 독재자가 금강산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수없이 했다는 그런 얘기처럼.  언제 바뀔지 모르는 전문 경영인보다는, 대대손손 권력을 쥐고 있을, 또는 그럴 것으로 믿어지는 재벌집 막내아들을 언론에서 띄워 주고, 그 광고를 지속적으로 영업하는 것이 서로의 먹이사슬에 아주 딱 맞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재벌집 아들들은, 적어도 기사에 따르면, 아주 훌륭한 실력과 인품, 이를 바탕으로 한 뛰어난 업적을 만들고 있다. 항상, 신사업을 창출해 내고, 현장경영을 진두지휘하고, 말단 직원들과 아주 친밀하게 소통한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런 이물들은, 해외 유명 대학을 우수한 (?) 성적으로 졸업했다. 대부분 해외 대학이거나, 국내 유명 '사립'대학을 다녔다. 해외 대학이나 국내 그 특정 대학은 기부금 입학등의 특별 전형이 일반화되어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데, 이 기사는 모두 그룹 홍보실에서 작성해서 언론사에 배포한 것이다. 구도 잘 잡은 사진과 함께. 기자가 이를 검증하려 하고, 혹은 이에 대해 비판하려고 하면, 언론과 재벌의 먹이사슬에서 당장 쫓겨나는데, 감히 그럴 사람들이 있을까? 


현실이 이렇다 보니, 재벌집 막내아들에게 객관적인 평가와 그에 대한 feedback을 주고, 적절한 경영수업을 쌓아야 하는 과정이 생략돼버린다. 이런 역할을 할 사람들은 그 회사의 임원진이나, 이사회나, 아님 주변 지인 또는 동료일수 있다. 또한 언론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심지어 아랫사람들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솔직한 평가와 조언이 잘 받아들여져야 제대로 준비된 경영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 보면, 재벌집 막내아들은 경영자로서 준비 작업도 없이, 본인이 이미 모든 것을 성취한 줄 안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처럼, 자기 노력은 없고, 욕심만 가득해서 서로 이전투구 지분 싸움을 하는 모습이 그려지는 것이다. 이전투구 싸움도 잘하지 못하다 보니 형제의 난도 생기고, 부자간의 소송전도 생긴다. 


예외적으로, 드라마에서 처럼, 내놓은 자식이나, 또는 집안에서 쫓겨난 인물이, 절치부심 노력해서 성공한 경영자로 돌아오는 경우도 실제 사례에 많이 볼 수 있다.  그들은 그룹 홍보팀에서 인위적으로 '왕'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제대로 검증된 재벌집 자식이, 그게 막내이건 맏아들이건, 둘째 딸이건, 경영능력이 검증된 인물이 회사를 경영해야 한다. 물론, 전문 경영인과도 진검 승부를 통해 결과로 승부하여, 최고 적임자를 뽑아야 한다. GE의 잭 웰치가 후계구도 중에서 여러 검증을 거쳐 제프이멜트를 후계자로 선정한 것처럼. 대주주가 직접 경영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실제로, 더 효과적이고 능력 있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내 집주인이 집을 더 잘 가꾸지, 전세 사는 사람이 잘 가꾸겠는가. 대주주는 회사에 대한 애착과 장기적인 안목과 미래에 대한 관심이 전문 경영인보다 당연히 월등할 것이다. 이런 부분 때문에 오히려, 더 나은 출발선에 서있는 것이다. 실제로 스타벅스나 많은 미국 기업들에서도 창업자가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겼다가도 다시 컴백하는 사례가 많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누가, 잡스의 애사심을 따라가겠는가. 다만, 경영자 후보 중에서, 그 사람이 주주이건 아니건, 적절한 검증 과정을 제대로 거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잡스도 본인이 창업한 회사지만, 이사회의 부름을 받고 컴백했다. 이사회 기능이 제대로 운영되어야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그 회사의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재벌 회장의 3 심 - 욕심 의심 변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