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그리고 열등감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이야기

by 유리멘탈

초등학교 6학년때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정말 행복한 1년을 보냈다.

그 시기 만큼은 강박도, 불안도 없이 딱 그 나이때 또래같이 행복하게 보냈던 것 같다.

우울에 잠식당한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그때는 정말 행복했었지'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여러모로, 추억이 많은 1년이었다. 2n년 평생 내가 가장 행복했던 시기를 꼽으라면 단연코 초등학교 6학년때이다. 그때 친하게 지내던 3명의 친구들과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모이면 항상 6학년때 추억 이야기를 하며 웃음꽃을 피우곤 한다. 그때 얘기를 하다보면 3시간은 뚝딱 흘러간다.


그렇게 행복했던 6학년이 지나가고,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어느덧 중학생이 되었다.


중학교 1학년때는, 친구를 사귀는 것, 적응하는게 내 인생의 제일 큰 문제였다.

초등학교 6학년때 친했던 친구들과 같은 중학교에 진학했지만 다른 반으로 뿔뿔히 흩어졌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환경에 나 혼자 던져졌고, 매일 매일이 불안했다. 나만 친구가 없는 것 같았고, 학교에서 부모님과 통화하면 끊고 나서 눈물을 흘렸다.


중학교 2학년때, 첫 중간고사에서 처음으로 전교 20등을 했다.

부모님의 칭찬을 받았다. 부모님이 나를 자랑스러워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때부터 '공부에 대한 강박'이 시작되었다.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친구 만드는 것 보다는 공부가 더 중요해'라며 애써 인간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회피했다. 어쩌면 세뇌였을수도 있다. 나는 '공부' 때문에 친구가 없는거지 내가 '찐따'라서 친구가 없는게 아니야.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항상 친구가 많은 아이들을 동경했다. 나와는 다르게 항상 친구들에게 둘러싸여있고 화제의 중심이 되는 흔히 말하는 '인싸' 친구들이 부러웠다. 그럴때마다 '공부만 잘하면 돼'라며 애써 내 감정을 부정했다.


하고 싶은게 있어도 즐기지 못했다. '이 시간에 공부를 해야하는데'라는 생각에 항상 죄책감이 들었고, 그렇게 나는 제대로 놀지도, 제대로 된 취미생활을 즐기지도 못했다.

(성인이 된 지금 생각해보면 이 부분이 참 아쉽다. 대학에 와보니 너무 많은 친구들이 어릴때부터 꾸준히 해온 자신만의 취미, 특기가 있는데 나는 잘하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대학 생활 초반에는 주변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후회하고 자책했다. 나는 과거에 왜 그랬을까? 왜 공부에만 집착하면서 다른 모든걸 포기했을까? 여유를 갖지 못했을까? 하고. 하지만 지금은 저렇게 공부 강박에 사로잡혀있던 과거의 나 자신이 너무 안쓰럽다. 취미야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하면 되지! 하고 시작한 악기, 운동을 2년째 하고 있다. 물론 중간중간에 쉬어서 실력은 초보에서 간신히 벗어난 수준이지만 그래도 이정도도 만족한다.)


하지만 이전까지 공부란 것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으니 내가 어느정도 집중할 수 있는지, 내 수준은 어느정도 되는지도 파악하지 못한 채 마음만 급해서 항상 무리한 계획을 세우고 실패했다. 그때마다 자책하고 나 자신을 더욱 더 채찍질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이해해야한다', '세운 계획을 전부 완벽하게 이행해야한다'는 완벽주의, 계획을 세우고 확인하는 강박은 점점 더 심해졌다. 나는 '공부 해야해'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항상 계획을 세우고, 실패할때마다 수정하고, 게속해서 잊은건 없는지 확인했다.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너무 불안했다. 계획을 세우는 순간만큼은, 이 계획대로만 하면 공부를 잘하게 될것 같았고, 빈틈없이 빼곡한 계획만 바라보고 있어도 뿌듯했다. 좋다는 문제집, 유명한 강의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추가하고 뿌듯해했다.


매일 아침 호기롭게 책상에 앉았다가도 빼곡히 들어찬 계획에 겁먹고 휴대폰 속 세상으로 도피했다. 그렇게 시간은 점점 흐르고, 계획을 실행할 가능성은 점점 더 낮아진다. 결국 '어차피 오늘은 다 하기 글렀다'라며 아예 공부를 포기하고 완벽한 내일을 기약한다.

그렇게 사놓고 쓰지 않는 문제집만 쌓여갔고 그 책들을 볼때마다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만 커졌다.


나는 고3때까지 이 굴레에 갇혀있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자존감은 바닥을 찍었다.

고등학생쯤 되니, 나는 그야말로 '열등감 괴물'이 되어있었다. 나보다 머리가 좋은 아이들, 공부도 친구도 취미도 모든게 다 완벽한 아이들을 시기하고 질투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지 못하는 나 자신을 혐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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