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무 뚱뚱해
다이어트와 폭식증, 그리고 외모 강박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10년 가까이 고통받고 현재도 벗어나지 못한 문제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총 두편으로 나눴다.
나는 어렸을때부터 군것질을 좋아했다. 밥은 엄마가 차려주니까 습관처럼 당연하게 먹는거고, 항상 단것을 원했다. 초콜릿, 빵, 과자를 너무 좋아해서 항상 과체중 상태였다. 초6때 156cm의 키에 56kg이었으니까.
하지만 초등학생때까지는 내 몸에 전혀 불만이 없었다. 그저 먹는게 좋았다. 단걸 먹으면 마냥 행복했다. 엄마 눈치 안보고 군것질을 마음껏 하고 싶었던 철부지 어린애였다.
중학교에 올라가자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다이어트를 하고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어른들처럼 화장도 하고, 옷도 엄마가 골라주는 옷이 아니라 유행에 맞춰 직접 자신들이 골라서 입기 시작했다.
그때쯤 나도 내 외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마르고 예쁜 친구들에 비해 거울 속의 나는 너무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들처럼 꾸미고 싶었지만, 나처럼 뚱뚱하고 못생긴 애가 꾸며봤자 남들의 눈에 이상하게 보일까봐 애써 이런 마음을 억누르고, 숨겼다. '나같이 뚱뚱한 사람은 꾸며봤자 웃길거야'라고 생각하며 항상 후줄근하게 다녔고, 옷은 1년에 한번 살까말까였다.
엄마가 제발 똑같은 옷만 입지 말라고 옷가게를 몇번 데려갔었다. 나도 보는 눈은 있어서 요즘 유행하는, 예쁜 옷들에 관심이 갔다. 용기를 내서 집어보지만, 대부분 사이즈가 안맞았다. 기적적으로 사이즈가 맞아서 입어보면 내가 상상한 마르고 예쁜 친구들이 입었을 때의 핏이 나오지 않아 그대로 두고 나왔다.
그래서 항상 엄마랑 옷가게를 다녀오면 우울해졌다. 나중에는 엄마랑 옷 구경을 하는 것조차 꺼리게 되었다. 어차피 안맞으니까. 나랑 안어울리니까. 내가 입어봤자 이상하니까.
엄마가 화장품을 사준다고 해서 못이기는척 따라가서 틴트를 사온 적도 있다. 집에 와서 발라보니 너무 촌스럽고 이상해보여서 방치하다가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또 '역시 나는 뚱뚱하고 못생겨서 이런것도 안어울리는거야'라며 우울해했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나는 혹독하게 다이어트 계획을 세웠다. 완벽주의와 강박은 이때도 나를 방해했다.
내가 도저히 매일 꾸준히 할 수 없는 운동 계획과 식단 계획을 짜고 계속해서 확인했다. 계획을 확인하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돌리지 않으면 너무나도 불안했다.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신경질이 나고 초조했다.
내가 사랑하던 군것질들은 나를 살찌게 하는 악마가 되었다. 군것질은 '절대 먹으면 안돼'라고 생각하고 무조건 참았다. 내가 계획한 식단 외의 음식을 먹으면 자책하고 이것때문에 살이 찔까봐 두려움에 떨었다.
내가 방금 못참고 먹은 군것질 하나로 내 하루치 다이어트 계획이 다 망해버렸다고 생각했고, 울분에 차서 '어차피 망했으니까 오늘까지만 먹을거야'라고 생각하며 폭식을 하기 시작했다. 배가 불러도, 먹고 싶지 않아도 오늘 먹지 않으면 내일부터는 절대 못먹으니까 먹어둬야한다는 생각에 맛도 느끼지 못하고 꾸역꾸역 밀어넣었다.
중학교 2학년때쯤, 나와 절친했던 친구가 다이어트를 대성공했다. 이 친구와는 어릴때부터 알던 사이인데, 나보다 더 통통했었다. 그런데 점점 살이 빠지더니 누가봐도 예쁘고 마른 사람이 되었다.
나는 그 친구가 살을 빼는 과정을 보면서 불안해했다. 나는 살을 빼기는 커녕 점점 뚱뚱해지는데 이 친구는 계속계속 예뻐지니까. 그리고 이런 감정이 드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친구를 보면 빨리 살을 빼고싶다는 생각에 마음만 급해졌고 내 계획은 더 극단적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