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와 폭식증 (2)

아직도 극복 못한 이야기

by 유리멘탈

무리한 다이어트 계획을 세우고 조금만 어긋나도 실패했다며 폭식하고 다시 계획을 세우고 폭식하고를 반복하다보니 살이 빠지지는 커녕 점점 불어났다. 2-3kg씩 빠지다가 4kg이 찌고 다시 2-3kg 빠지고 5kg찌고 이런식이었다. 그렇게 고3때는 다이어트 보상성 폭식에 더해져 공부할때 받는 스트레스까지 폭식으로 풀어버리니 163cm의 키에 75kg이라는 인생 최고 몸무게를 찍게 되었다. 외모 열등감이 폭발했고 스스로를 혐오했으며 자존감은 바닥을 뚫고 지하까지 처박혔다.


나의 일상은 마치 음식에 지배당하는 것 같았다.

매일같이 내가 먹는 모든 음식의 칼로리를 계산하고 불안해했다. 시도때도 없이 몸무게를 재고 줄어들지 않는 몸무게에 실망하고, 언젠가 앞자리 5를 보는 날을 고대했다.


친구들과의 약속도 꺼리게 되었다. 어쩌다가 한번 약속이 있으면 그 전날부터 불안했다.

약속에 나가면 무조건 밥도 많이 먹고, 디저트도 먹게 될거였으니까. 내 완벽한 다이어트 계획에 오점이 생기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일단 약속이 있는 날은 망했으니까 마음껏 먹고 그 다음날부터 빡세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약속날이 되었다. 친구들과 만나서 맛집에 가도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온 신경이 음식으로 쏠렸다. 내가 먹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친구들이 나를 돼지같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내가 너무 빨리 많이 먹는건가? 먹는거 꼴보기 싫다고 속으로 욕하고 있으면 어떡하지? 보기싫게 먹고있으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하며 내 앞의 음식을 정신줄 놓지 않고 정상적으로 먹기 위해 노력했다. 다이어트가 망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정말 다행인건, 토하는건 너무 무서워서 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매일 밤 폭식해서 더부룩한 속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내 안에 '살 빼고 싶다. 예뻐지고 싶다'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는 이상, 음식에서 결코 자유로워질수 없었다. 한 4년쯤 절식-폭식 패턴을 반복하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인식하고 내 정신머리를 뜯어고쳐보려 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아무리 폭식증을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적용해보려고 해도, 이미 내 뇌는 고장나버려서 돌아오지 못했다. 내가 아무리 '음식은 어느때나 먹을 수 있어, 내일 먹어도 돼. 남겨도 돼'라고 생각하며 음식에 대한 집착을 버리려고 해도, 음식만 보면 눈이 돌아가고 눈앞의 음식은 끝장을 내야했으며, 음식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옷은 살빼고, 화장도 살빼고, 모든걸 다 살빼고 나서 예뻐진 다음에 완벽한 상태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해서 1년동안 거의 매일 후줄근한 운동복만 입고 다녔다. 그러다보니 점점 더 다이어트에 집착하게 되었고, 어느새 나는 다이어트만 성공하면 내 인생이 활짝 필거고 모든게 다 해결될거라고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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