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10)

by 김소희

그래도 해야지, 이렇게 잔인한 말이 어디 있을까요. 해내고자 하는 마음과 해내기엔 부족한 마음이 엉겨 낭떠러지에서 가는 줄을 잡은 채 버티고 서 있어요. 세상은 그래도 해내는 사람들이 이뤄낸 일들의 연속일까요. 하지 못하겠는 마음이 일궈낸 세상은 존재하는 것일까요. 그래도 해야지, 의 목적은 무엇인지 알고 해내는 것들일까요. 먹고, 자고, 사는 것. 모든 것들이 해내야 하는 하루 속에서 그래서 하지 않고 싶은 무기력은 살아갈 희망조차 없는 걸까요.


물음표가 아닌 마침표로 이어진 질문들에 돌아오는 대답이 있을 리 만무하죠. 답을 바라는 물음이 아니기에. 뜨거운 연기 속 함께 섞여 나온 한숨처럼 그저 자연스럽게 내뱉어지는 것이기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란 자문에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울음이 담겨 있어요. 그래도 해내야지 하는 마음엔 절대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고집이 담겨 있어요. 하나 둘 꺾어지는 자의가 억지로 의지를 불러올 때, 더는 살고 싶지 않은 갈망을 낳아요.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글을 쓰는 손목에 느껴지는 종이 한 장의 날카로움이 반가운 것은 정말로 제가 원하는 것인지. 버틸 곳 없이 휘청이다 술과 약에 의지하는 못난 밤이 눈물을 삼키는 내일을 결국, 결국 불러오게 하는 건 어떤 살고자 하는 발버둥인지.

먹는 것도 혐오스러워 배고픔을 거부하고, 현실이 두려워 잠을 자는 것을 회피하고. 결국 행위가 낳은 불안에 잠겨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고자 함은 제가 가진 본질인지. 억지로라도, 그래도 해낸 성취들에 마음이 놓이거나 자랑스러운 것은, 그리고 다른 불안을 다시 불러오는 것은, 누구의 뿌리에서부터 흘러나온 놀이인지.


영영 놓지 못하는 생각들에 주객이 전도되어 저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게, 스스로가 미워 거울조차도 마주하지 못하는 게 무슨 삶일까요. 정말 저를 사랑해서 아직까지 살아남은 걸까요. 오늘도 적당한 돈벌이와 적당한 성취감, 적당한 혐오로 버무려진 아주 비린 하루를 살아낸다는 건, 누가 알려준 음미인지 알고 계시나요. 그래도 이렇게 한 글자씩 적어보아 확인하고 마는 우울이 살아 있다는 걸 확인시켜 주네요.


아버지를 탓할 생각은 없어요. 그런 생각은 버린 지 오래예요. 유년 시절이 불행했다고만 말할 수 없어요. 아버지 덕분에 무척이나 행복했죠. 제게 던져준 약간의 불안과 약간의 혐오가 불씨가 되어 스스로 활활 타버린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에요. 아버지의 기질을 닮았다 책망하지 않을래요. 저는 그러지 않기로 결정했어요.


밤을 보내는 시간이 남들보다 많아지면 이리도 쓸 말이 많아지네요.

잘 지내고 계세요.


XX.XX.XX.(수) 새벽

막내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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