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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깨작 Dec 09. 2022

로미우와 줄리엥

바이러스가 전해준 애달픈 사랑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던 올해 3월 말. 연일 역대 최다, 정점을 찍고 있다는 보도는 분명 뉴스 속의 이야기였는데! 별 수 있나? 여느 가정집처럼 로미우 집에도 릴레이 코로나 상황이 벌어졌다.  


격리 동안 “안아 줘”, “내 옆에 없는데 어떻게 나를 지키는 거야!”, “만질 수가 없잖아” 라며

창문 너머로, 영상통화로 로미우는 슬퍼했다.


그런 로미우가 방법을 생각해냈다.


마당으로 연결된 줄리엥의 방 창문에 ‘호호’ 입김을 불어 창문을 뿌옇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창문 위로, 줄리엥이 글자를 읽는 방향, 그러니까 로미우의 시선에서는 거꾸로 된 글자를 한 자 한 자 써 나갔다.


 “보고 싶어”, “사랑해”

창문에 마음을 남기는 로미우

갑작스러운 로미우의 묵직한 고백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그도 따라 울까 눈물을 삼켰다.

이런 사랑을 받아도 되나? 정말이지 이 사랑은 과분하다 못해 흘러넘치는구나.


격리 해제 당일 아침, “오늘 만난다! 짝짝짝” 일어나자마자 메시지를 보낸 로미우.

격리 해제보다 애끓는 이 사랑이 줄리엥을 더 설레게 했다.


여전히 몸이 아픈 줄리엥은 거실에 마스크를 낀 채 누웠다. 로미우는 7일간 닿을 수 없던 줄리엥의 정수리부터 발바닥까지 안마도 해주고, 등에도 엎드려보고, 체취를 맡으며 행복해했다. 줄리엥은 혼자 꼼짝 않고 쉬고 싶었지만, 로미우가 마음을 채우는 중이라는 걸 알기에, 연신 “고마워”, “최고야”, “언제 힘이 이렇게 세졌지?” 라며 신나는 놀이를 즐기듯 함께 했다.


새드엔딩의 ‘로미오와 줄리엣’ 과는 달리, 우리 집에 사는 로미우와 줄리엥은 해피엔딩이다.

먼 훗날, 줄리엥이 70살 할머니가 되어도 흔쾌히 결혼하겠노라 약속한 로미우는 올해 아홉 살 된 우리 집의 귀여운 싸나이다(그리고 눈치채셨는가? 줄리엥은 바로 엄마인 나다).


비록 좀 뚱뚱하고 흰머리가 조금 많으며 기미가 있어도 줄리엥을 사랑한다는 나의 로미우! 나도 사랑해!

그리고 신랑아 긴장해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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