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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깨작 Dec 20. 2022

섬에서 엄마 살이

섬에서 독박 육아

병원 보호자 의자에 앉아 있다.

그러고 보니 허기가 밀려온다. 배고프다. 맞다. 점심을 아직 못 먹었구나.(내 뱃속에 아무것도 못 넣어줬구나)


어제는 작은 아이가, 그리고 오늘은  아이가 A형 독감 양성 판정이 났다. 고열, 오한, 두통, 인후통

이런 증상이 오가고 있다.


토요일부터 시작된 병간호 엄마 역할은 계속된다.

나도 목이 이상하고 몸이 뻐근하지만 말하지 않는다. 지금은 아플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용히 종합감기약을 계속 먹는다. 아직은 아프면 안 된다는 최면을 건다.)


신랑은 오늘 육지로 출근했다가 내일 밤 12시경에 퇴근한다. 그러니까 아이들 보호자로서 병간호는 오롯이 엄마인 내 역할이다. 그러니 지금 내가 아플 타이밍이 아니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가 보호자인 것이 뭐 어떻다는 건지 싶은가? 섬에서 홀로 두 아이의 책임자로 지내는 것은 생각보다 묵직하다.


병원에 도착한 건 1시 15분경인데 지금은 3시 29분이다. 오후 진료 첫 번째 환자였는데 여전히 병원이다.


아이의 혈관이 보이질 않아 30분 이상 기다린다. 간호사가 건넨 핫팩으로 아이 손을 계속 주무르며 혈관에게 속으로 빈다. 제발 빨리 나와라. 작은 아이가 혼자 집에 있으니, 몸은 병원에 머리는 집에 가 있다.


집에 오니 고되다. 하루 늦게 증상이 나타난 큰 아이는 머리를 부여잡고 두통을 호소한다. 아이 머리를 계속 세게 누르며 같이 라디오를 듣는다. 간간이 들리는 우스갯소리가 아이를 웃게 한다.


(어제 회식 중이라던 신랑은 화요일 오전 독감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연락이 왔다. 약 먹고 육지에 더 있으라고 했다.)


아이가 잠든 줄 알고 나도 모르게 '하 힘들다'라고 했는가 보다. 작은 아이가 '엄마 힘들어?' 묻는다.


그럼 엄마도 힘들지... 엄마는 괜찮아.

문득 괜찮은 게 어떤 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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