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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깨작 Dec 20. 2022

서귀포 눈의 위로

서귀포 눈 구경 옵서예

올해 들어 서귀포에 대설이 내렸다.


원래 눈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교통도 막히고, 길도 미끄럽고 별로다.


첫 비행기를 타고 출근하는 신랑은 한 시간 가량 일찍, 새벽 3시 50분에 집을 나섰다. 대설로 516 도로가 통제 중이라, 외곽길로 돌아서 공항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서귀포는 큰 눈이 내려도 시내 주변에서는 제설차를 보기 힘들다. 제설차는 보통 서귀포와 제주시를 연결하는 큰 도로에 주로 다니는 듯하다.


이곳에 살다 보니 이유를 알게 되었다. 큰 눈이 내려도 온도가 잘 안 내려가니 눈이 잘 쌓이지 않는다.  눈이 많이 쌓였더라도 다음 날 해가 뜨면 눈녹는다. 자연이 자동적으로 제설작업을 한 셈이다.


물론 1100 고지나 516도로 처럼 산간지역이나 지대가 높은 곳은 예외다. 이런 곳은 겨울왕국이 되어 천연 썰매장을 제공하고 도민들은 자주 보기 힘든 눈에게 위로받는다.


나도 오늘은 눈이 위로해주었다. 스폰지밥과 자주색 국화가 추위 속에서 나를 환영해주었다.

마당에 내린 눈을 보다 혼자 웃다

도서관을 다녀오다 차를 세우고 넋을 놓고 바라봤다.

파란 하늘 아래, 눈 쌓인 한라산 줄기

파란 하늘 아래 거대한 산줄기 전체가 한라산이다. 눈이 제일 많이 쌓인 곳은 그 유명한 설문대 할망의 얼굴쯤 되겠다.


마흔 중반이 되어가니 눈에게서도 위로를 받는구나. 이제 눈을 좀 좋아해 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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