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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깨작 Aug 04. 2023

숲이 되어버린 우리 집 구조하기

비장함이 필요한 그 때

하지만 오늘이 그날은 아니다 아직 텃밭 친구들과 조우할 마음의 준비가 덜 됐다 내일의 비장함을 노려보자


귀찮(2023), <귀찮지만 매일 씁니다>중에서



이 글을 읽다 빵 터졌다

실은 신랑과 나도 집 구조에 나섰기 때문이다 얼마 몇 달을 모른척 버티다 숲이 되버린 우리집 말이다


신랑과 나는 서로 직감했다 지금이어야 한다고

모기와도 싸워야 했기에 각자 긴 팔 차림과 긴 장화를 착장한 채 온몸에 에프킬라를 두른 후 신랑은 제초기를, 나는 전정가위를 들고 마당 구조에 나섰다


30분 남짓, 다 잘라버리니 원래 마당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기와 땀으로부터 벗어나고자 잘라진 나무와 풀로 난장판이 된 마당을 두고 우리는 집으로 피신했다


잘려나간 온갖 잡초와 가지치기된 나뭇가지들은 사흘째 방치되었고. 또 그 때를 느낀 신랑은 갈고리로 그것들을 모아 한켠에 쌓았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난 오늘 완전히 그늘이 되었다며 1층 풀들을 제거하겠노라며 떠난 남편

산책길에 보니 깨끗해진 텃밭 뒤로 옆집 돌담이 보였다 물론 제초기에 잘려나간 풀들은 여기저기서 안정을 취하는 중이었다


우리는 또 그 때를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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