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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깨작 Feb 14. 2023

내 엄마여서 고마워요

엄마의 관 위에 남긴 마지막 말

자신이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임을, 젊은 시절의 나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었다.


내가 감기에 걸리면 이비인후과의 점심시간부터 대기를 걸어놓고 나 대신 순서를 기다리며 자신의 시간을 무조건적으로 나누어준 엄마. 한 번도 고맙다고 얘기한  없었다.


엄마의 희생은 당연했었다. 내가 엄마가 되고 아이를 위해 내 시간을 내어주어야 함을 알게 되면서 느끼게 된 마음은 미안함이라 표현하기에 너무 가벼웠다.


엄마의 기나긴 암투병으로 병원에 동행할 때마다, 엄마를 보내고 나서도 엄마를 위해 내어 준 내 시간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마주하게 되는 나의 이기심이 나를 힘들게 한다. 면목없고 미안함 죄송함 그 이상의 감정이다.


말 없냐는 엄마와의 마지막 대화 같은 시간에도 나는 무거워질 분위기를 감당하기 어렵고, 면구스럽다는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할 말 없다며 딴청을 피웠다. 얼마나 서운했을까.


결국 난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본 적 없는 지경에 살고 있다. 그 감정이 사랑인지도 몰랐던 것 같다. 책임감에 가까운 감정이라 여겼던 것 같다.


그 누구보다 진실되고 뜨거운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온 걸 이제야 깨달아간다. 결국 내가 내 아이를 키우면서 말이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 책 제목이 딱이다.


더 같이 지내고 싶었다는 말을 흐리며, 시어머니께 나를 잘 부탁한다던 우리 엄마. 하늘나라에서 지금도 나를 보며 사랑을 보내고 있겠지. 이제는 나도 엄마에게 사랑을 보내며 다독인다. 누군가 너무 늦었어라고 하지만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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