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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깨작 Dec 12. 2022

오래된 분노, 어떻게 푸세요?

배운 적이 없어서요.

이 글을 읽게 되실 분들께 여쭈어봅니다. 정말 궁금해요. 알려주시면 좋겠어요.

(멋있게 글을 포장하려는 의도 1도 없습니다.)


오래된 분노는 어떻게 푸세요?

'오래된 분노'라는 표현이 너무 과격한가요?

시간이 쌓여 있는 서운함 덩어리는 분노라는 이름의 새것으로 탈바꿈이 되더만요.

혹시 경험해 보셨을까요?


작다 못해 너무 사소한 서운함 들은 말하기 꺼려지지요.

속 좁다, 뭐 그런 걸 가지고 뚱해 있냐는 식의 반응까지 덤으로 신경 써야 하니,

이중으로 상처받기 싫어 마음속 쓰레기통에

쳐 박아 두었죠.


그러기를 14년이 다 되어가는데요.

시간이 너무 길었을까요?

그러고 보니 쓰레기통을 비운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이 쓰레기통 처리 방법을 배운 적이 없거든요.


근데 서서히 문제가 생기더군요.

분명 쌀 알 만큼도 안 되던 서운함이, 고금리였는지 마음의 주인인 제가 감당할 수 없으리만큼 불어나 있더군요.


이제 이 순간부터는 내 마음이지만 내 마음이 아니고, 다른 누군가가 제 안에 함께 동거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분명 잘 넘겼다 생각했고, 잘 챙기는 아내, 엄마, 며느리, 딸이었거든요.

근데 언제부터인가 제 삶은 엉켜버렸어요.

나에게는 함부로 대해도, 다른 이에게는 특히 가족에게는 그리 대하지 않았었는데.


뭔가 이상하다, 잘못되가고 있다 싶던 상황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니, 이제는 꼬리의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어요.

그래서 자꾸 억울해요. 화가 나요.


특히 흐린 날씨가 2주 연속 이어지고 있는 이곳에서 분노 풀기는 쉽지가 않아요.


혼자 참고 삭히는 것이 겸손인 줄, 미덕인 줄 알고 자란 탓에 제 속마음을 나누는 것에 익숙지가 않아요.


그래도 오늘은 용기를 내 2명의 친구와 통화를 했어요. 답답함을, 힘듦을 고백하고 났는데 개운치가 않네요? 왜 그런 거죠?


"네가 어쩌다가.. 네가 그런 애가 아닌데.. 너무 속상하다.."

친구의 진심 어린 안타까움들이 저를 더 숙연하게 만드네요. 오히려 더 지쳤어요.


이럴 땐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해요?

다들 오래된 분노 처리, 마음 쓰레기통 비우기는 어떻게들 하세요? (원래 싹 비우지 못한 채로 살아가는 건가요?)


(읽고 지나가기만 하셔도 괜찮아요.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에게 글이라도 남기면 어떨까 싶어 쓴 넑두리입니다. 저와 같은 마음으로 지치신 분들, 오늘을 살아내시느라 애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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