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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깨작 May 14. 2023

힘들 땐, 조개를 캐세요

나를 살아내게 한 단순함

한창 아플 때 바다에 나가 몇 시간을 말없이 조개만 캤다. 해가 저물어 깜깜해지면 손으로 더듬어가며 마당의 잡초들을 제거했다. 조개를 캐고 잡초를 뽑는 행위를 무수히 반복하며 그 시간을 보냈다.


그때는 그 행위에 의미가 없었다. 조개, 잡초 자체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의미 없던 그 단순함이 나를 비워낸 시간이었음을 이제 깨달아간다. 자연 속에서 회복되어 왔구나 깨달아간다.


문득 오늘 조개를 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조 시간이 막 지났고, 2물이라 물이 거의 안 빠질 테니 못 캘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다행히 우리가 간 곳은 물이 빠져 있었고. 조개가 있을까 싶었는데 또 다행히 조개들이 나왔다.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오늘은 건강해진 모습으로 세 남자와 기쁘고 신나게 조개를 캤다는 것!


"우와~~ 여기 조개 나온다!!"

"엄마, 내가 캔 거 엄청 크지? 엄마 저녁식사는 내가 책임질게!"

"와, 우리 많이 캤다!"


조개를 캐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름다운 바다와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내가 보였다. 끝인 줄 알았는데 주어진 오늘만 생각하니 여기까지 왔구나. 살아내게 하신 하나님과 묵묵히 그 시간을 함께 버텨준 내 남자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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