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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깨작 May 17. 2023

마당 계단에 앉았다

나도 할 수 있는 거였다

마당 계단에 앉았다

내 시선에 닿는 모든 것이 온통 초록색이다

지난주 나 혼자 산다에 나온 몽골의 경치와 지금 내 시점이 비슷하다


앞에는 산록도로가, 옆에는 한라산이 있고

산비둘기는 계속 구구거리고

몸집이 작을 것 같은 이름 모를 새들이 임없이 울어댄다

당에 꽃들이 피어있어 벌들이 윙윙거린다

현관 앞 귤 꽃들이 만개해 숨 쉴 때마다 향이 맡아진다

살갗에 닿는 선선한 바람결이 좋다

목적지도 알 수 없고 형체도 잘 보이지 않는 비행기가 지나가는 모양이다


아이들 하교시간은 1시간 남짓 남았고

신랑도 육지 출근 중이라

혼자 조용히, 나지막한 시간을 보낸다


한창 바쁠 때는 그게 다인 줄 알고 살았는데

내가 제일 잘 나가는 줄 알았는데

인간극장, 나는 자연인이다에 출연하는 사람들이나 이리 살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느긋해져 보니 나도 이렇게 살 수 있구나 놀랍다


어쩌면 지금이 내 인생의 리즈시절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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