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좋아하는 게 맞는지 헷갈릴 때

Part 1 : 짝사랑의 기준

by 글밥노트

소설을 읽다 보면 첫눈에 반했다는 설정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는 불가능한 것이죠. 엄청나게 잘생기지 않은 한, 어떻게 그 짧은 시간 안에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될 수 있을까요? 아이돌처럼 잘생겼더라도, 한순간에 마음을 가지게 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정말 첫눈에 반하는 순간이 있어요. 그 전에는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그 말을 믿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수업시간에 눈이 마주쳤을 때, 그때 마음이 생겼어요. 모둠 대형으로 앉아있었는데, 그러면 반에서 꼭 마주 보는 자리에 앉은 아이가 있잖아요. 그런 자리였어요. 학습지를 풀다가 딱 고개를 들었는데, 그 아이랑 눈이 마주친 거예요. 그 순간, '어? 쟤 나 보고 있었던 건가?'라는 생각이 들며, 어느 순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눈이 마주친다는 건 딱히 큰 일은 아니잖아요. 다른 아이였다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일이었고요. 하지만 그날은 뭔가 달랐어요. 교실 안 공기부터 살짝 어수선한 것 같기도 하고 살짝은 차갑고 살짝은 더운 그런 묘한 느낌이었어서 살짝은 갈질간질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딱 눈이 마주친 거예요. 솔직히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안 좋아해요.

제가 이 사람을 좋아한 이유에는 이 순간이 거의 80퍼센트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 뒤로 친하게 지냈던 것도 아니고, 사실 톡만 많이 해 봤지, 대화는 많이 안 해봤거든요. 그러니 정확한 성격도 잘 모르겠고... 그때는 이렇다 할 이상형도 없었어서 제가 부르는 게 이상형이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콩깍지도 좀 심한 편이라, 좋은 면만 봤죠. 그래서인지 지금은 그 사람을 볼 때마다 제가 왜 그 사람을 좋아했지 싶기도 해요.

짝사랑의 대부분은 첫인상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사람에 대한 생각은 대부분 이미지에서 나오잖아요. 그 이미지의 70퍼센트가 첫인상이고요. 그러니 어떻게 보면 우리는 첫인상이 다른 사람들보다 좋았던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게 아닐까요?

제 첫사랑과 저는 같은 반이 되기 전에도 얼굴은 알고 지내던 사이였어요. 제 아랬집에 살던 친구랑 그 사람이 친한 사이였거든요. 그러나 제가 낯가림도 심하고, 사회성도 그리 좋지 않은 터라 관계가 발전하지는 못했어요. 이건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 사람도 정말 내성적인 성격이었더라고요. 어쩌면 이런 성격부터 우리는 이어지지 않을 운명이었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건 말이 안 되죠. 그도 저에게 마음이 있었다면 우린 어떻게든 친해졌을 테니까요. 이건 괜한 핑계일 뿐이에요.

한 번 콩깍지가 씌면 벗어나기 어렵죠. 콩깍지가 씐 채로 본 그 장면은, 콩깍지가 벗겨지고 나서도 그렇게 보이곤 해요. 그러니 헷갈리죠. 난 그때 그렇게 봤지만 사실 이게 콩깍지였던 건 아닐까? 하고 말이에요. 저는 아직도 그래요. 지금 생각해도 그 사람은 정말 착한 사람이었어요. 좋아하게 되면 자연스레 관찰을 하게 되잖아요. 그러면서 발견했던 그 순간순간의 장면들이 모두 하나같이 아름답고 예뻤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제가 그 사람에게 점점 빠져들게 했던 장면들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니, 친구들 반응이 하나같이 똑같더라고요. 너 콩깍지가 진짜 심하구나, 그거 그런 장면 아니었는데, 그게 왜 그렇게 되는 거지, 처럼요. 그때 깨달았어요. 아, 내 시선이 너무 좁았구나. 내 생각이 너무 짧았구나.

솔직히 소설 쓰는 사람으로서 저는 제 콩깍지가 그런 장면들을 만들어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어요. 그건 소설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든요. 그리고 소설을 쓰면서 저의 모습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저 자신에게도 실망이었습니다. 그래도 콩깍지라는 말이 괜히 생긴 건 아닐 테죠. 저는 결국 저의 콩깍지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하고싶었던 말은, 첫눈에 반했다고 이걸 좋아한다고 해도 될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었습니다. 첫눈에 반한 걸 좋아하는 거라고 인정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인정하게 될 것입니다. 그건 제가 장담할 수 있어요. 사람 마음이라는 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게 마음대로 되는 거라면 사랑은 아름다운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사랑으로 인해 생기는 모든 감정, 모든 이야기들은 글과 노래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마음대로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걸 고민할 시간에 좋아하는 사람이게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는 걸 추천드려요. 우리의 삶은 사랑하기에는 정말 짧거든요.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요. 그저 1초, 1분, 1시간이면 충분하죠. 세상에서 가장 빨리 이룰 수 있는 게 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기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을 필요로하지 않습니다. 만약 망설여진다면 잠시 멀어져 보세요. 한참을 잊고 지내다 보면 알게 될 거예요. 계속 그 사람이 생각난다면 결국에는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인정하게 될 것이고, 그대로 잊혀진다면 그냥 스쳐지나간 인연으로 남을 테니까요.

만약에 아직도 헷갈린다면, 이런 감정이 생겼을 때 단번에 알아차리기 위해 대비하고 싶다면, 소설이나 노래 가사에 집중해 보세요. 앞에서 말했다시피 사랑은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매우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에 이런 예술작품에서 우리는 거의 모든 상태의 사랑을 볼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만 봐도 그래요. 아직도 제가 알고 있는 연애에 대한 지식들은 거의 대부분 책에서 읽은 것들이에요.

책은 삶의 모든 부분을 가장 자세하게 겪을 수 있는 도구입니다. 작가들은 모두 다른 삶을 살아왔기에 그들이 책 속에 담은 이야기 또한 다릅니다. 우리는 책을 읽으며 우리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노래 가사도 같은 경우입니다.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창작의 고통을 겪다 보면 자연스레 그 사람의 이야기가 노래 속에 녹아들게 됩니다. 노래 가사 중 사랑의 느낌을 말하는 가사가 많잖아요, 특히 십센치나 볼 빨간 사춘기 등 인디 느낌의 음악을 하는 가수의 노래에 많습니다. 그런 가사들을 하나하나 보다 보면 어느새 사랑이라는 감정에 익숙해질 수 있을 거예요. 금방이라도 느낄 수 있을 것 처럼 말이죠.

제가 처음으로 짝사랑 다운 짝사랑을 했을 때, 이런 노래 가사들이 많은 혼란을 주었었어요. 노래 속에서 말하는 사랑의 감정과 제가 느끼는 사랑의 감정이 달랐거든요. 하지만 저는 제 마음이 확실했기 때문에, 그냥 사람마다 다른가보다, 하고 지나갔었어요. 하지만 아니더군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들은 모두 다 비슷합니다. 조금씩은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인 느낌은 같아요. 슬프면 슬프다, 행복하면 행복하다, 이렇게 말이에요. 그러니 서로 공감할 수도 있는 것이죠. 그러니 사람마다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각자 다르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짝사랑을 끝나고 나서아 인정하게 되더라고요.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는 걸요. 조금 더 빨리 깨달았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을 향한 마음은 유치원 때의 '사랑'과 다름이 없었어요. 전 이제야 제가 성숙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다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이를 인정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저는 이 감정이 제가 처음으로 느낀 '사랑'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에, 잃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쩌면 제 첫사랑으로 평생 기억에 남을 수도 있는데,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아쉽잖아요. 또, 그 사람을 생각한 시간이 있는데, 그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그 시간들이 너무 아까웠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이런 저의 아쉬움 때문에 진짜 '사랑'을 해볼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죠. 이런 착각은 현실을 빨리 깨달을수록 좋습니다.

그러니 지금, 자신의 마음을 가장 객관적인 곳에서 내려다보세요. 모든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 감정이 사랑이 맞다 싶다면, 사랑이 맞습니다. 만약에 헷갈린다면, 그냥 사랑이 아니라 생각하는 게 편할 겁니다. 사랑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느라 쓸 시간도 우리에게는 아까우니까요.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아깝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콩깍지가 씐 우리에게 괜찮은 사람을 구별해 낼 능력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그 사람의 성품보다는 그냥 자신의 감정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게 가장 객관적인 판단일 거예요.

만약 당진의 마음이 사랑인지, 좋아하는 게 맞는지 헷갈린다면, 조금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