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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에서 Oct 04. 2021

책 쓰고 그러는 거 다 자기 과시예요.

글을 쓰는 마음

"책 쓰고 그런 거 다 자기 과시하려고 하는 거죠. 그렇잖아요. 아니면 일기장에 써야죠"

"음..."

 사람들을 만난 자리에서 요즘은 책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참 많더라는 말을 했더니 돌아온 답이다.


 책 쓰는 것이 과시라는 말에도 공감이 안 됐지만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었다.

 그 말을 한 사람과는 미술관 전시를 관람하는 모임에서 알게 되었다. 그 모임 게시판에 사람 자기가 그린 그림을 자주 올는데 그렇게 그림을 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 그림을 올리면 사람들이 댓글로 좋다, 잘 그렸다는 댓글을 단다.

카톡으로 연락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도 갑자기 휴가 기간에 그렸다는 그림과 눈이 온 풍경 사진 보내서 "잘 그리셨네요, 사진 멋있네요"라고 답을 한 적이 있다. 목적이 과시였다면 나의 반응은 매우 많이 부족했다. 과시가 아니라면 그런 그림과 사진들은 일기장 책갈피가 되어 나는 볼 수 없었어야 하는데...  


 책 쓰기가 자기 과시라는 말에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럼, 자기 의견이나 지식 같은 거 쓴 책 말고 소설은요? 가상의 인물을 만들고  플롯을 짜서 이야기를 쓰는 거잖아요. "

"그러니까 내가 그런 거 만들 수 있다. 그런 거죠."

김금희 작가의 장편 소설 '경애의 마음' 뒤에는 이런 작가의 말이 있다.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마음을 다해 썼다' 정말 그랬을 것 같아서 나는 그 책을 덮으며 감사하다고 혼자 말했다. 소설을 읽으며 작가가 과시하기 위해 그 책을 썼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경험은 없지만 과시와 맞바꾸기에는 그 창작의 고통이 너무 크고 무거워 보인다.


 몇 년간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책을 보면 '과시'와는 거리가 먼 주제가 많다. 우울증처럼 자신이 가진 문제와 약한 모습을 공개한 책들이 많이 나왔고 최근에 나온 성인 ADHD에 관한 책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솔직하고 꾸밈없게 쓴다. 글을 쓰다 보면 미화하거나 부끄럽고 못난 부분을 감추고 싶을 수도 있지만 좋은 모습과 멋있는 모습만을 보이려고 글을 쓰지는 않는다. 회사에 잘 보여서 반드시 합격해야 하는 자기소개서가 아니지 않은가.


 작년에 도서관 강좌를 들었다. 독립출판 전반에 대해 알아보고 글을 써서 1인 1 책을 출간하는 강좌였다. 첫날 도서관에 가 보고 놀랐다. 대학생부터 60~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였고 각자 쓰고 싶어 하는 이야기도 달라서 흥미롭고 신기했다.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 준비가 많아져서 나는 그 강좌를 끝까지 듣지 못했지만 많은 사람이 끝까지 강좌를 듣고 한 권의 책을 완성해 냈다. 수업 첫날 책을 쓰고 싶은 이유와 어떤 책을 쓰고 싶은지를 밝혔는데 그 마음 그대로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을 쓰고 책을 내는 것이 '과시'라는 말에서 '시'는 맞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통해 자신을 보여 주고 있다.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욕구는 본능이며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그것을 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글을 쓰고 어떤 사람은 말을 쓰고 어떤 사람은 영상을 찍는다. 그림을 그리고 춤추고 노래하면서 자신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을 '과시'라고 생각해 버리면 가치 있는 경험을 할 기회는 사라질 것이다.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에 공감하는 즐거운 경험을 나는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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