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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소망 May 25. 2024

골목길의 추억

사람들이 떠나버려 정비되는 달동네를  보며

동물들의 귀소본능이 사람에게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가끔 어릴 적  살던 동네나 초등학교 근처를 가면 마음이 편해진다. 길게 이어지며 넓어졌다가 좁아지고 직각으로 꺾이다가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지는 동네 골목길아이들의 놀이터이자 만남의 장소였다. 골목길을 지나가다  친구집  앞에서 이름을 불러대며 함께 놀 이들을 모았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니 그냥 불러대는 것이 요즘으로 치면 전화이고 카톡 같은 메신저였다. 친구들과의 주 놀이터는 조금 넓은 골목길이나 이면도로 길가였다. 구슬치기, 딱지치기, 땅따먹기, 술래잡이, 심지어는 손야구까지 했다. 그러다 땅거미가 질 때면 이제 그만 놀고 들어오라는 친구 누군가의 엄마 목소리를 신호로 그날 하루의 놀이는 마무리되었다. 때로는 딱지를 많이 따서 뿌듯함이 때로는 구슬을 많이 잃어버려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때뿐이었다. 함께 할 친구가 있고, 놀 수 있는 골목길이 있어 좋았다.


가끔 어릴 적 놀던 곳에 가보면 골목길이  좁게 보이는데 어떻게 그곳에서 여러 명의 아이들이 다양한 놀이를 하며 놀았는지 모르겠다. 그때보다 키가 커지고 덩치가 커져서 그럴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동심을 잃어버렸기  때문인 것 같다. 매사에 현실적인 기준과 잣대로 보려 하니 골목길을 통로 이외의 용도로는 생각하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동심의 눈으로 보면 재밌는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고마운 것도 많은데  흐르는 세월 속에 순수함과 천진난만함도 함께 흘려보내서 어린아이들처럼  보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성경  마태복음에는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순수한 동심을 갖는 것이 신앙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말로 해석하고 싶다.


최근에  운동하러 가는 산의 아랫마을이 통째로 사라지고 있었다. 수년째 빈집들로 방치되어 있었는데 정비가 시작된 것 같았다. 포클레인의 분주한 움직임 속에  삶의 흔적들과 그곳에서 만들어졌을 수많은 추억들이 증발해 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리고 가끔씩 골목길에서 동심을 소환하며 누렸던 소박한 행복감을 더 이상 갖지 못하는 나의 상실감도  컸다. 많이 아쉬웠지만 세상은  변한다는 현실에 다시 나를 끼워 넣어야 했다.


아이들이 성장하며 성숙하듯 이곳도 또 다른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쉼과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주는 장소가  되길 바라며 내 맘속의 아쉬움을 떠나보내야겠다. 그리고 나 또한 동심의 동력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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