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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소망 Jun 26. 2024

[독후감] 소통은 기다려 주는 것

소설 '변신'을 읽고

소설 '변신'은 1883년 체코에서 태어난 유대계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가 1912년에 집필한 작품이다. 제목처럼 주인공이 어느 날 아침 어수선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벌레로 변신되어 가족들과 갈등을 겪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을 2년 전 독서토론모임을 하면서 읽었지만 그 당시에 읽은 책은 요약본이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깊이 들여다보지 못한 것 같아 이번에는 원문 그대로 번역한 책을 읽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레고르이다. 세일즈맨이었고 부모님, 여동생인 그레테와 함께 살았다. 그레고르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았고 성실했는데 어느 날 아침 다리가 많이 달린 벌레로 변신해 있었다. 그 모습에 가족들은 기겁해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고 음식을 넣어주었다. 가족들은 그레고리가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으나 두 달이 지나도 변화가 되지 않자 그레고리를 점점 소외시키고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제외시키려고 했다. 매일매일 어둡고 답답한 소파밑에 들어가 가족들에게 자기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게 최선의 삶이라 생각하고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았지만, 그레고리를 정말 힘들게 하는 건 가족들과의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레고리는 가족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었지만 자신은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몸으로 의사소통을 하려다 도리어 가족들과 갈등이 더 깊어지는 일이 있었다. 동생 그레테가 그레고리의 방에 있는 가구를 치우려 했고 자신의 흔적이 지워지는 것이 못마땅한 그레고리가 벽에 걸린 그림이 치워지는 것을 막으려고 그림에 붙어있었다. 이런 그레고리의 그림자를 본 어머니가 놀라 쓰러지고 이에 화가 난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그레고리는 등에 상처를 입어 잘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또 어느 날 그레고리는 동생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싶어 거실을 내다보다 하숙하는 사람들에게 모습이 드러났고 벌레와 같은 집에 살고 있는 것이 화가 난 그들은 하숙계약을 해지했다. 이 일로 가족들이 그레고리를 더 멀리하게 되었다. 그레고리는 이런저런 일로 가족들의 힘들어하는 것을 보며 가족에게서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창밖이 훤하게 밝아올 때 이 세상을 떠났다. 그레고리가 죽자 가족들은 한동안 슬퍼했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앞으로의 행복한 삶을 계획하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사람의 쓸모에 대해 생각했다. 그레고리가 가족에게 헌신한 아들이었지만 쓸모가 없어지니 소외되고 도리어 가족의 짐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많이 안타까웠다. 가족들에게 아무 쓸모가 없으므로 가족들에게서 사라져야 된다고 생각하는 그레고리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많이 슬펐다. 그레고리가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고 짐이 되느니 사라지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기까지 수많은 번뇌가 파도처럼 계속 밀려왔을 것이다. 반대로 그레고리가 사라지길 바라는 가족들의 마음도 편치는 않았을 것이고 그들도 수많은 고뇌의 웅덩이에서 몸부림쳤을 것이다. 사람이 물건처럼 취급되어 쓸모가 없어지면 가족에게 소외되는 내용이 소설 속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 속이 상하고 마음을 아프게 했다.


두 번째 읽으면서는 소통의 방법에 대해 생각했다.   인간관계에서 소통이 중요하다고 한다.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다. 이런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중요하다. 그런데 나는 소통에 또 다른 정의를 내리고 싶다. 그레고리의 가족들이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려는 그의 몸부림이 끝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줬다면 소통이 잘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랑은 오래 참는 것이라고 하는데 소통도 오래 참고 기다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쩔 땐 말보다 말없는 기다림이 더 나은 소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마음속에 새기며 이 소설이 주는 감동을 오랫동안 간직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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