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카메라 시절을 생각하며
디지털카메라가 없던 시절에는 사진을 찍으려면 필름이 필요했다. 아날로그 카메라에 필름통을 넣으면 24장을 찍을 수 있었다. 사진을 다 찍고 나면 필름을 인화하기 위해 사진관에 갔다. 필름을 맡기고 2~3일 후에 인화된 사진을 찾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 기대와 설렘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사진이 초점이나 배경이 잘 맞게 나올지 사람들의 모습은 예쁘게 나올지 걱정 반 기대 반의 시간이 흐른다. 사진관에서는 1장씩 인화된 사진과 현상된 필름을 줬다.
인화된 사진을 보고 더 찾고 싶은 사진의 개수를 필름 포장 비닐에 적어서 사진관에 다시 가지고 갔다. 사람들과 모여 사진을 감상하고 더 인화할 사진 개수를 정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인화된 사진은 앨범 종류에 따라 규격화된 비닐틀에 넣거나 접착력이 조금 있는 두꺼운 종이에 사진을 요리조리 배치하고 비닐로 덮었다. 그리고 혹시 나중에 사진이 더 필요할 수도 있으니 현상된 필름도 같이 보관했다. 앨범에 사진이 늘어날수록 추억도 늘어나고 이야깃거리도 늘어나고 함께 보는 사람도 즐거웠다. 그리고 앨범을 다시 보는 빈도도 잦았다. 자주 봐도 재미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앨범 사진을 보는 주기가 아주 길어졌다.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할 정도이다. 그동안 사진을 많이 본 이유도 있겠지만 나이를 먹다 보니 옛 사진을 보면서 추억의 되새김으로 생겨나는 즐거움보다는 세월의 야속함과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더 마음속에 다가오는 것도 하나의 이유인 것 같다.
새로운 시작의 의미가 있는 설날을 맞아 앨범정리를 했다.
더 이상 현상된 필름이 필요 없을 것 같아 버렸다. 지금 내게 있는 종이 사진이 없어진다고 할지라도 다시 인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사진이나 친분이 많이 없었던 사람들과의 사진도 없앴다. 때론 잊히는 추억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 사진과 옛 추억에 갇혀 그리움만 커진다면 지금의 소중함을 자칫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추억은 계속 만들어 가는 현재 진행형이지 과거에만 고정되어 있는 과거완료형이 아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