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소설 '작별인사'를 읽고
복제인간이나 감정을 가진 기계인간 이야기가 영화에 많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공상과학이라는 소재로 현실과 거리가 먼 상상력의 범위 확장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인공지능기술이 놀랍고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걸 보며 과거에 상상만 하던것들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느낀다.
인간과 똑같은 의식을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도 생명존중이라는 인간 윤리를 적용해야 하는지 아니면 인간을 위한 도구나 물건으로 생각해야 할지 어려운 문제를 풀 준비를 해야 할 때가 성큼 다가온 것 같다.
이 소설에는 인간의 감정을 가진 복제인간 선이와 기계인간 철이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선이는 주인의 아픈 몸속 장기를 교체할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철이는 기계인간이 어느 정도 사람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 실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두 주인공의 공통점은 처음에는 자기들이 정상적인 인간으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정상적인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많이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에서 몸의 형태만 다르지 감정과 의식이 같은 그들의 존재를 어느 정도까지 생명으로 존중하고 인정해야 할지 고민하게 했다.
기계인간 철이는 생명에 대해 철학적 사고를 한다. 기계인간은 몸은 죽어도 기억을 백업해 다른 기계인간을 만들어 넣으면 되니 영원히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설령 몸이 없더라도 네트워크상에서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철이는 곰에게 공격당해 죽어가는 과정에서 영생을 택하지 않았다.
인간의 존엄성은 죽음을 직시하는데서 오고 육신 없는 삶이란 끝없는 지루함이여서 참된 고통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이는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선택의 순간에 죽음을 선택하며 소설이 끝난다
사람은 육신과 영혼으로 구성되어 있다. 죽으면 육신의 소멸과정은 모두가 아는데, 영혼의 소멸과정은 상상만 할 뿐이다. 한 사람이 평생을 살면서 만들어진 의식의 기억은 다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기계인간 철이는 본인의 의지로 네트워크 상에서 영생하는 것과 소멸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인간에게는 자기의 의지로 선택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