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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후감

트라우마를 품는 태도

소설 '급류'를 읽고

by 하늘소망

인생이라는 항해를 하다 보면 잔잔한 강물 위를 편안히 가는 경우도 있고, 폭우 뒤 물이 불어 세차게 흐르는 급류 위를 힘들고 어렵게 갈 때도 있다.

이 소설의 두 주인공 도담과 해솔은 1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그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급류 위를 가는듯한 일을 당했다. 이 소설은 그들이 그 항해를 헤쳐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여 주인공 도담의 아버지 창석은 소방관이었고 남 주인공 해솔의 어머니 미영은 미용실 원장이었다. 도담과 해솔은 서로를 좋아했는데 유부남인 창석과 남편과 사별한 미영도 밀애를 즐겼다. 도담과 해솔은 비가 많이 오는 어느 날 밤에 창석과 미영의 밀애를 하고 있는 폭포로 몰래 찾아갔다. 밀애를 지켜보던 해솔은 비가 많이 와서 물이 불어 위험하니 빨리 나오라는 의미로 그들을 향해 랜턴을 비췄고 그 불빛에 놀라 물속에 몸을 숨기려던 창석과 미영은 급류에 밀려 목숨을 잃고 만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창석의 부인이자 도담의 엄마인 정미는 해솔을 미워했기 때문에 도담과 해솔의 사랑은 이어지지 못했다. 둘은 서로 자기들의 행동 때문에 창석과 미영이 죽었다고 생각해 죄책감 속에 빠져 산다. 도담은 그런 죄책감을 극복하기 위해 그날 사건을 잊으려 애를 쓴다. 도담은 해솔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있어서 다시 만났지만 해솔과 함께 할수록 그날의 기억이 자꾸 생각나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헤어졌다.

반면에 해솔은 그날의 기억을 잊으려 하지 않았고 자책감속에서 산다. 그 사건 이후로 해솔의 시계는 멈춰버린 듯했다.

시간이 흘러 해솔은 소방관이 되었고 도담은 간호사가 되었다. 화재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해솔이 도담이 있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둘은 다시 만난다. 다시 만남을 이어가던 둘은 사고 당시 살았던 진평으로 간다. 지금까지 피하기만 했던 진평에서의 사고를 직면하니깐 생각만큼 아프지 않은걸 도담은 느낀다. 도담과 해솔은 창석과 미영의 죽음은 사고일 뿐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서로에게 위로 겸 공감을 하며 이제는 미래를 보자고 한다. 그러면서 지겹도록 그들을 붙잡고 있던 과거로부터 벗어난다.


도담과 해솔처럼 누구나가 잊고 싶고 직면하고 싶지 않은 과거가 있다. 그 과거 때문에 용기를 잃거나 두려움이 트라우마가 되어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소설은 그런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준 것 같았다. 잊고 싶은 과거를 자꾸 숨기려 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도리어 그것에 얽매이고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슬픔에 너무 가까이 지내면 슬픔에 중독될 수 있고 슬픔이 행복보다 익숙해지고 행복이 낯설어질 수 있다는 소설 속 해솔이 도담에게 한 말처럼 과거에 너무 얽매여 있으면 미래와 희망이 낯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 같다.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죄책감 속에서 살아가는 과정이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고 트라우마를 품는 나만의 방법을 고민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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