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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의간호 Jul 06. 2023

신생아의 숨소리가 주는 감동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의 간호이야기

01. 베지넷에 쏙!

신생아중환자실에는 태어나자마자 각종 기계를 다는 중환자가 많다.

하지만 가끔 예상 상태가 괜찮아서 금방 퇴원을 준비하는 아기들도 는데

오늘 본 한 명의 아기도 그런 경우였다.

퇴원을 앞둔 아기들은 ICS라는  신생아용 침대에서 베지넷이라 부르는 곳으로 옮겨 눕힌다.

(신생아실을 생각했을 때 아기들이 누워있는 바구니같이 생긴 통이 베지넷이다.)

아기를 베지넷에 옮기고 나면 작은  쏙 하고 들어가 있는 모습에 “귀엽다 말이 절로 나온다.

오늘 베지넷으로 옮긴 내 담당환아도 숨길 수 없는 귀여움을 뽐냈고

결국 지나가던 의사 선생님, 간호사선생님들 모두  번씩 들러보는 핫한 곳이 되었다.


02. 있는 힘껏 젖병을 빠는 신생아를 볼 때면..

신생아의 수유시간은 3시간마다 돌아온다.

수유시간이 다가오면 신기하게도 아기들은 밥 먹을 때를 아는 듯 우렁차게 울기 시작한다.

그리고 젖병을 물려주면 언제 울었냐는 듯 젖병을 아주 힘차게 빨며 우유를 해치운다.

있는 힘껏 젖병을 빨고 있는 아기 보고 있으면 정말 아무 걱정 없이 행복감으로 가득 차는 순간을 경험한다.

‘어쩜 이렇게 맛있게 먹을까,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 어쩜 이렇게 작고 소중할까…’ 하며 말이다.

나와 아기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저 건강하게 자라기만을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아기가 우유를 다 먹으면 등을 토닥여주며 트림을 시킨다.

가끔 아기들이 예고 없이 아주 크고 시원한 트림을 할 때가 있는데 어른못지않은 소리에 놀라 병동이 웃음바다가 될 때도 있다.

트림소리가 크든 이상하든 그게 뭐가 중요할까!

트림을 해도 아기는 그저 귀엽기만 하고 그렇게 시원한 트림을 한 아기는 다시 새근새근 잠에 빠져버린다.

그렇게 잠들어버린 신생아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게 되었다.


03. 신생아의 숨소리가 주는 감동

평소에는 아기들의 숨소리를 들어볼 일이 별로 없다.

수많은 기계음과 알람음에 가려져 듣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잠든 아기가 너무 예뻐 보여서 아기 얼굴 가까이에 귀를 갖다 대고 숨죽여 숨소리를 들어보았다.

그렇게 듣게 된 아기의 숨소리는 나에게 어떠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

새근새근 자고 있는 신생아의 숨소리를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렇게나 무해하고 잔잔하며 평온한, 천사 같은 아기의 숨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기는 할까?

숨소리를 표현할 수는 없어도 그 숨소리를 들으며 내가 받은 감동을 표현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건 바로 생명의 숨소리.

품 안에 쏙 하고 들어오는 작은 아기가 지금껏 이렇게 숨을 쉬고 있었구나.

들리지 않았지만 이런 자그마한 숨소리를 내며 잠을 자고 우유를 먹고 손짓발짓을 하며 하루하루 자라고 있었구나.

‘정말 소중한 생명이구나.’ 느끼게 해 준 숨소리였다.


————————-

아기들의 숨소리를 더 자주 듣고 싶어 졌다.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놓치게 되는 삶과 생명의 소중함을 그 어떠한 복잡함도 없이

편안하고 순수하게 속삭여주는 유일한 소리임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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