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기만 했던 간호사 근무가 행복으로 느껴진 작은 순간들
“간호사로 일하는 거 어때?”
“3교대 하느라 힘들지 않아?”
라고 물으면 어떤 때는 괜찮다가도 또 어떤 때는 퇴사하고 싶을 만큼 힘든 날이 있다고 대답하곤 한다.
아주 가끔은 ‘아! 이런 날이면 10년도 일할 수 있겠다’ 생각하는 날도 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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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자마자 마주친 선생님께 “선생님~ 오늘도 좋은 하루예요!”라고 말했다.
10년을 일했지만 여전히 새벽 출근이 힘든 선생님께서는 팅팅부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으셨다.
“뭐가 좋은 하루야~ 이제 일 시작하는데~”
“아! 그럼.. 좋은 하루가 될 거예요~~”
선생님과 나는 눈을 마주 보며 웃었다.
이 한 줄의 인사말이 나의 하루를 바꿔준 걸까?
오늘도 추가처방의 연속으로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를 만큼 바쁘게 일하며 한 번을 쉬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마음은 편안했고 많이 웃은 하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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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환아의 호흡이 힘들어져 새로운 호흡기계를 준비해야 했다.
급하게 준비물을 바리바리 챙겨 온 나에게 한 선생님께서 미리 준비되어 있는 것이 있다고 알려주셨다.
‘아싸! 행운이다!!’
나를 위해 준비되어 있었던 것 마냥 자리에 있던 호흡기계를 얼른 가져와 설치했다.
1kg도 안 되는 아기의 IV 잡기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일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얇디얇은 신생아의 혈관에 line을 잡는 건 왜 그리 어려운지 모르겠다.
호기롭게 시도했지만 보기 좋게 실패하고 나서 나도 모르게 눈치를 봤다.
하지만 옆에서 도와주신 선생님께서 “괜찮아~ 그래도 좋은 시도였어!”라고 말해주셨다.
못하고 싶어서 못한 게 아니라는 걸, 해보고자 한 시도 자체를 이해해 주시고 인정해 주심에 감사했다.
이외에도 다른 병동에서 오신 선생님의 여러 질문에 많은 도움을 드렸을 때,
계속해서 울리는 C-line 알람에 당황하지 않고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해결했을 때,
인공호흡기를 새로 세팅해 달라는 말에 당당히 “선생님 제가 할게요!”라고 말했을 때
지금의 나는 1년 전보다 많이 성장했고 또 성장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힘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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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장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지금껏 항상 무서웠고 그래서 가까이할 수 없었던 한 선생님이 계신데
오늘 그분과 사소한 대화를 나누며 나를 동료로서 대해주신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뭐 도와줄까? 나 환자수가 적어서 도와줄 시간 있어~”
그렇게 선생님은 주변을 지나가시다가 몇 차례나 나의 일을 도와주셨다.
보호자 전화를 받고 답할 수 없는 질문에 당황한 나에게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하시며 친절히 알려주기도 하셨고
바쁜 상황에서도 나에게 일어나는 좋은 일들을 보며 “오~ 좋겠다~?” 말을 걸어주시기도 하셨다.
나에게 그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신규시절 인계를 드리며 혼났던 것, 무표정으로 인사를 받아주시던 것으로 남아있었다.
그래서 항상 무서웠고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말을 걸 수 없는, 나와는 거리가 먼 분이셨다.
하지만 오늘 알게되었다.
어쩌면 선생님과 나 사이에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지금까지의 ‘시간’이 필요했던 거였구나.
무뚝뚝하다고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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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날은, 마음이 든든하니 괜히 말에도 힘이 생겼다.
선생님들께 하는 질문도 의사에게 하는 notify도 조금 더 밝고 당당하게 할 수 있었다.
나의 기쁨이 괜시리 주변 선생님들에게도 전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래! 이런 날도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