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정아네 엄마 02.

명촌댁 아줌마

by 곱슬머리 태야

정아와 나는 가끔 남이를 ‘야시’(여우)라고 불렀다.



우리 셋은 학교에서 점심시간 종을 알리는 땡!~

소리가 나면 어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정아네 집을 향해 달렸다.


정아네 집은 꽤나 큰 기와집이었다. 대문 입구에 들어서면 오월이면 그렇게도 방울방울 빠알간 열매가 탐스럽게도 달리는 앵두나무도 있고 잘 정리된 한마당과 햇살을 가득 담고 있는 대청마루에는 우리 셋을 반기는 정아네 엄마 명촌댁 아줌마의 반짝반짝 빛나는 맛깔나는 반찬 가득 밥상이 대청마루 중앙에 정갈하신 어머님과 꼭 닮은 밥상이 우리를 늘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해 보라!.....



초등학교 4~5학년이면 한국 나이로 11살 ~12살 소녀들이다. 명촌댁 아줌마의 콩잎지, 묵은지 김치맛이 나는 총각김치, 제철 푸성귀와 따끈한 밥을 우리 셋은 눈이 가재눈이 될 정도로 왕 밥숟갈로 맛있게도 와구와구 먹어댔다.


우리의 그런 모습을 귀엽게도 사랑스럽게도 그리고 따뜻한 미소로 바라 보아주셨던

명촌댁 아줌마, 내 친구 정아네 엄마, 어머님......

우리는 아마도 한 동안 정아네 엄마의 생명력 있는 사랑의 밥상을 누렸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는 잊지 못할 또 한 번의 명촌댁 아줌마, 정아네 엄마....

늘 정갈하게 쪽진 머리에 잔잔한 미소를 간직하신 어머님의 따뜻한 사랑을 받게 된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우리는 아주 늦가을 경주 불국사로 수학여행을 가게 된다.

우리 촌놈 친구들은 통일신라시대(8세기)의 화려한 건축과 불교 철학, 예술 따위는 몰라도 그냥 그 큰 왕릉과 가을 끝물의 단풍잎과 쌀쌀한 추위에 이곳저곳을 담임 선생님과 우루루 우루루 잘도 몰려다녔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다 되어 우리는 각자가 준비해 온 맛있는 도시락을 꺼내며 점심 먹을 자리에 옹기종기 모이고 있을 때 정아가 내 옆으로 와 ‘ 잠깐만 태야’라고 말하며 내 손을 이끌고 친구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정아의 가방에서 주섬주섬 도시락 하나를 꺼내며 ‘엄마가 아무도 몰래 너한테만 주래~’라며 손에 쥐어 준다. 나는 그때 어려서 정아가 건넨 그 도시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나는 그날 도시락을 싸갔는지 안 싸갔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내가 6학년이 될 때 까지도 우리 집 형편은 참으로 혹독한 시절을 보내고 있었던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고 기억으로 남아있다.


나는 정아가 손에 건네준 도시락을 친구들과 함께 펴서 먹으려고 뚜껑을 열어 보았다.

세상에..... 동그랗게 말은 김밥 위에 고소하게 빻은 깨가루가 소복이 뿌려진 정아네 엄마의 김밥....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 들뜬 여행길에 몸과 마음을 한층 듬뿍 채워주었던 김밥....

나는 그날 김밥을 먹은 게 아니라 사랑을 먹었다......



명촌댁 아줌마... 정아네 엄마의 따뜻하고 넉넉한 사랑을.....

또 눈물이 난다......

그런 정아네 엄마....

명촌댁 아줌마가 정신이 희미해지고 어느덧 아기처럼 되어버린 명촌댁 아줌마는 삶의 끝자락에

홀로 서 계신다.....



지금은 나이 들어 작고 여린 몸이 되어버린 정아네 엄마를 꼭 안아 드리고 싶다.

아줌마.... 아니 어머님 그 따뜻한 나눔과 사랑 덕분에 제가 이렇게나마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머님... 고마웠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나의 어린 시절 어느 한 계절 한 페이지에 따뜻한 어른으로 계셔 주셨던 어머님...

저도 어머님처럼 따뜻한 어른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할게요...

어머님 얼른 회복하셔서 제가 어머님을 생각하며 준비한 말랑말랑한 곶감을 간식으로 잘 드셔 주셨으면 좋겠어요....


내 친구 정아네 엄마....

명촌댁 아줌마....

어머님의 따뜻한 사랑을 먹고 자란 곱슬머리 태야가 이 글을 내 친구 정아네 엄마....

명촌댁 아줌마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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