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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블루스 May 14. 2022

인생의 팔 할은 두려움이었다.

철이 바뀌면 체력이 떨어진다던가, 몸 어딘가 안 좋은 부위가 생겨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항상 겪는 일이다. 계절 탄다는 말이 있지만 어쩌면 이 증상은 내 몸과 마음이 변화에 대해 적응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짐작해 본다.

계절뿐만 아니라 장소와 시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언제 어디서나 일상이 아닌, 새로운 무언가를 지나쳐 갈 때면 항상 이러한 이벤트가 발생한다.

몸에 이상이 생기던지 마음이 고장 나던지.

조그만 변화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두려워하고 낯설어하는 태생으로 만들어졌기에 그러하리라.

소심하다거나 생각이 많은 무언가와는 또 다른 증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럴 때마다 잠깐 멈춤 상태로 내가 놓여 있는 현재의 시점이나 나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이나, 바뀌려고 하는 무언가 들을 관찰하고 해석하고 이해해야지만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있다. 

허나, 세상과 시스템은 이러한 나와는 별개로, 생각 없이 투입되고 생각하지 말고 일하라고 한다.

성과만으로 판단하는 세상에 놓여 있기에 나는 자꾸 도태될 수밖에 없다.

나의 두려움은 언제쯤 극복 가능한 것인가.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쪼그라들고 마는 것인가.

회사는 왜 개인별 성향을 다루어주지 않는가.

사람이 모여 단체를 이루는 것이 회사인데 단체의 형태가 만들어지면 사람은 사라지고 마는 것인가.

바뀌는 전산에 적응해야 하고 새롭게 출시되는 제품을 이해해야 하고

타 부서의 특성도 고려해야 하고 성과를 책정하는 기준도 맞춰야 하는 복잡한 세상에서 두려움 많은 나 같은 존재에게 좀 더 친절한 시간을 내어줄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나무를 잘 키우려면 웃자란 가지를 쳐 주고, 마른 잎을 정리하고 도복 된 가지를 세워주거나, 썩은 뿌리를 다듬어 주거나,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해주는 일들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추위에 떨고 있다면 보온덮개를 덮어주어서라도 견디어 내게 한다.

회사는 이러한 수고로움을 먼저 나서서 해 주어야 한다.

결국엔 나의 두려움은 밀린 업무와 함께 희석될 것이고 불친절한 세상에서 나는 또 다른 두려움을 만들어 낼 것이다.

고장 난 몸과 마음은 치료 불가능한 상태로 아늑한 우주의 공간에서 헤매고 있을 게 뻔하다.

두려움이 사라지는 약을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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