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들은 군대가 면제인데 가끔 면접 보거나 사람들이 꼬치꼬치 물을 때가 있어요. 그게 조금은 힘들어요. 면접에서도 좋게 보지는 않아요. 아~ 전 자립이라는 말 좋아요. 립(立)이 ‘서다’라는 뜻이잖아요. 서는 청년, 노력하는 사람이라 생각할 수 있기도 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니까요. 그래도 일반인한테는 도움 요청 안 해요. 실제 받은 적도 없어요. 도움을 왜 주죠? 친구한테 고민을 털어놓기만 해요. 마음 편한 친구는 대학 동기 2~3명, 원에서 같이 지내던 동생과 형 한 명이 있어요. 그런데 의지할 수 있고 아끼는 사람에게 물질적인 것을 요구하면 그 사람에 대한 배신이라 생각해서 잘 안 해요. 제가 어려웠을 때 친구들이 돈 빌려줄게 하는 애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제가 거절했어요. 다행히 어찌어찌 되었는데 고맙죠. 친한 친구는 1~2명만 있어도 충분한 거 같아요. 인생이 행복해져요. 제가 좀 더 잘났으면 자립을 준비하는 친구들한테 많이 알려줄 텐데 저한테 만족하지 못해서. 자립 청년들이 살아가면서 알아볼 수 있는 정보들이 있는데 이 친구들이 공유를 잘 안 해요. 저도 안 하는데요 뭐.
친한 친구 1명만 있어도 인생이 행복해진다는 그의 말에 자연스럽게 죽마고우가 떠올랐다. 나에게는 40년 넘게 만나는 친구가 있다. 일 년에 한두 번은 보려고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각자의 사정으로 얼굴 보기가 어렵다. 대신 문자를 한다. 생일에는 축하 문자를 보낸다.
-온기 있는 방에 앉아 실소가 나오는 텔레비전을 보며 피식피식 웃는다. 줄 사람도 정하지 않고 목도리 뜨개질을 하는 여유, 쉽게 가능할 것 같은데 여의치 않은지 오래다. 귀찮아도 뜨거운 김 펄펄 나는 미역국 한 사발 해라. 정작 그 시간엔 그게 여유인지도 몰랐다. 지나갈 그 잠깐들, 조금이라도 누리면서 너무 조이지 말고 숨 쉬며 가자. 탄신일 축하한다.
-무심하게 지나가는 잠깐의 시간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구나. 창밖으로 미치도록 노란 은행잎이 마구마구 쌓여간다. 마치 내 몸에 나이라는 이름이 덕지덕지 껴 있는 것만 같다. 생일 축하 고맙다.
젊은 시절, 허기진 바람이 불 때마다 나의 주어와 술어는 친구였다. 서로의 생사 확인을 문자로 확인하며 우리는 잔인한 세월을 비켜 가지 못한 채 늙어가는 중이다.
어릴 때부터 평범한 가족이 꿈이었어요. 최고의 요리사는 꿈도 안 꿔요. 주방장도 꿈꿨는데 어림도 없죠. 살아남은 사람이 없어요. 대학 동기 중에 요리로 남은 사람이 3명이에요. 10명 중 8명은 떨어져 나가는 거예요. 살아남은 사람이 주방장 되는 거죠. 재주도 있고, 아는 것도 많아야 하고, 끈기가 있는 사람만 가는 거니까. 현실을 받아들였어요. 평범하게만 살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 그 생각만 했어요. 평범하게 살기 힘든 세상이잖아요. 원에서 살면 다른 애들의 시선에서는 못 사는 애, 불쌍한 애, 놀림거리, 만만한 애이거든요. 사회에 나와보니 이해해 주는 사람이 더 많아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서로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제 시기는 조금 더 멀뿐이지. 그냥 평범한 어른이 되고 싶어요.
지금 중학교 3학년 동생이 졸업할 때까지는 원에 남아 있을 생각이에요. 그 친구가 제가 퇴소하기 전 같이 있었던 동생인데 적어도 그 친구가 잘못된 길로 가지 않고, 어렵지 않게 사회생활 하면서 갈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