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기댈 수 있는 어른

by 김보리

자립청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있긴 하더라고요. 회사에서는 아예 모르시지 않거든요. 숨기지는 않았단 말이죠. 제가 처음에 입사했을 때 자소서에 다 썼고 얘기를 하기도 했거든요. 요즘에는 사회적으로 이슈화도 되어서 많이 없어진 편이긴 한데 그래도 안타깝다, 불쌍하다, 이런 편견을 가지고 계시긴 하더라고요. 회사 내 다른 선생님들은 티 안 내시거든요. 근데 원장님은 각별하세요. 저 면접 봤을 때 원장님이 집 구했냐, 어떻게 구했냐, 뭐 이런 질문들 있잖아요. 관리비 같은 거 어떻게 나가고 있냐, 어떻게 관리하냐 이런 거 물어보시더라고요. 걱정되셨는지. 원에 있을 때 심리상담을 한 번 받아봤는데 어떤 마음이 들었냐면 자립 준비 청년들은 힘들고 아픔이 있고 그런 편견들이 다 있어서 상담이 기본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뭐 대화하고 이런 거였는데도 그런 편견이 깔려 있어서 한 번 받고 안 받았어요.

‘바람개비서포터즈’라고 자립 준비 청년들이 멘토가 돼서 다른 자립 준비 청년들의 멘티가 돼 주는 거가 있거든요. 멘토들은 멘티들을 만나면서 10만 원 정도 받는데 제가 지금은 활동을 안 한단 말이에요. 근데 그 이유가 활동하기 전에 상담도 받고 우리도 이 사람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하니까 인생을 PPT화 해서 그 사람들한테 강의도 하고, 관계를 맺고 같이 다니기도 해요. 근데 어느 순간 이게 마음을 위한 게 아니라 정말 돈 때문에 하는 건가? 이런 마음이 들더라고요. ‘자립준비청년’이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아예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는 거라 어려움도 있어요. 연말이면 위촉식이나 행사 같은 것이 있는데 그때 잠깐 봐요. 지역이 다르니까 만남이 유지되거나 확장되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그냥 원내 동생들하고만 해요. 원에도 새로운 친구들이 들어오긴 하는데 정말 이상한 게 그 친구들이나 저나 원래 같이 생활했던 것처럼 불편함이 없긴 하더라고요.


너는 자립준비청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고, 이런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다고 말한다. 너와 나의 듣는 시간이 너를 가벼운 마음이 들게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너의 까만 눈동자에 비친 나의 얼굴을 보며 묻는다. 어떤 어른이 되고 싶으냐고.


저는 기댈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왜냐하면 보통 또래 친구들은 부모님께 기대는데 저희는 사실 기댈 사람이 없거든요. 원에서 생활하면 선생님은 한 분이고 아동은 많고 다 똑같이 보살핌을 받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환경이니까. 그래서 조금 힘들어도 내가 참고 이런 게 컸던 거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누구나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어른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우리 자립준비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건 기댈 수 있는 어른인 거 같아요. 왜냐하면 저도 후원자분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제가 이렇게 통계를 냈을 때 이 기쁨이 가장 오래가는 건 경제적으로 후원해 주는 것보다 기댈 수 있는 어른 한 명이라도 있는 게 더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왜냐하면 후원은 받았을 때 그 기쁨이 클 수는 있지만 정말 일시적이고, 기댈 수 있는 어른 한 명이 있는 건 정서적으로 안정이 많이 되는 일이거든요. 저는 원내에서 생활하면서 저 어렸을 때부터 키우셨던 선생님이 있거든요. 그 선생님을 가장 많이 의지하고 제가 ‘엄마’라고 부르진 않고 선생님도 저를 ‘딸’이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서로 암묵적으로 엄마와 딸 그 관계를 유지하는 느낌이 들어요.

저는 삼십 대가 되어도 경제적이고 이런 걸 다 떠나서 이 모습 그대로였으면 좋겠어요. 아마 그때도 자립하는 중일 것 같아요. 그때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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