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꿈과 직업

by 김보리

저의 직업적 가치관에서 제일 중요한 게 배움이에요. 광고는 클라이언트에 따라 배우는 게 다양해지고 공부를 할 수 있잖아요. 저는 고이지 않는 게 좋은 거 같아요. 계속 사람이 디벨롭(업무에서 개발, 발전, 확장)되고 바뀌어야 하는데 하나의 부서에서 한 직무만 하면서 저를 가두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아요. 다양한 방식으로 사고할 수 있고, 프로젝트가 계속 바뀌니까 광고가 나와 맞겠다는 생각이에요.


꿈, 희망, 평생 하고 싶은 일과 돈을 버는 일은 다른 거죠. 그래서 직업을 정할 때 너무 편했어요. 꿈을 직업으로 삼게 되는 순간 즐겁지 못한 거예요. 저는 고등학생부터 밴드를 했거든요. 페이 받고 공연하는데 받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어요. 받는 만큼 값어치 있는 무대를 해야 하는데 스스로 안 되거나 부족하다 느끼면 너무 깊은 골짜기에 빠지는 거죠.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이렇게 스트레스받을 거면 좀 더 돈을 주는 다른 직업을 하자. 그래서 고등학생 때부터 하고 싶은 것과 직업은 다르게 분류하는 게 맞다고 느꼈어요. 직업에서 어느 정도의 성취감을 느껴야 하지만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돈을 벌어다 줄 돈을 모으는 것이라 생각해요.


저는 주장이 센 편인데 가치관이나 신념이 얕고 잘 부서지는 스타일이었어요. 고2 때까지는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부서질 때마다 힘들었어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거짓되었다고 느껴지잖아요. 주변에 답을 찾아줄 어른이 없었어요. 원에서도 샘들이 너는 걱정이 안 된다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부담이 됐죠. 내가 실수하면 안 될 것 같고. 저는 잘 케어해 주지 않고 부족한 아이를 더 해주고, 물론 그것이 맞는데 잘하는 친구도 더 케어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미래를 앞두고 가치관이나 불안함 사이에서 힘들어할 때 샘들은 제가 어떻게든 답을 찾을 거라고 말해요. 전 지금 힘들어서 얘기하고 같이 고민해 주기를 바라는데, 그런 게 없으니까. 저 책 안 좋아했거든요? 그때 에세이를 엄청 읽었어요. 에세이는 어떤 고민을 가지고 성장한 사람들이 쓰는 얘기잖아요. 이 사람은 이렇게 해서 이겨냈구나, 나도 한 번 해볼까? 나와는 안 맞는다, 이러면서 찾았어요. 기억나는 책이요? 제목이 기억나는 건 아닌데, 저는 걱정이 많아요. 90퍼센트나 100퍼센트가 준비되어야 시작하는 사람이에요. 그 책에서 사람마다 시작점이 다른데 완벽하게 시작한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도전해 봐라, 실패하는 과정에서도 분명 배우는 것이 있을 거라는 얘기였어요. 그게 저는 조금 와닿았어요. 어릴 때부터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준비가 엄청 필요해서 시작하는 게 어려워요. 준비하면서 지치잖아요. 30퍼센트만 준비되어도 시작해 봤는데 성취감이 빨라져요. 그렇게 채우다 보면 어느새 100퍼센트가 되고 저는 그런 게 재미있더라고요. 그때 평생 읽을 에세이 다 읽은 거 같아요. 그 뒤로 에세이 안 읽어요. 저는 성취감 때문에 사는 사람 같아요. 선천적인 기질이 이런 사람이어서 많이 벗어나는 건 힘든데 그래도 일단 시작하자고 할 때가 있어요. 요즘은 스트레스 많이 안 받는 것 같아요. 지금도 단단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저 스스로 힘든 일이 있어도 바라보는 시선이 좀 바뀌었다고나 할까요. 주변에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 선생님들이건, 어른이건, 친구건.


에세이를 썼던 사람으로 부끄럽다. 나는 사람들이 책에서 위안을 얻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감히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을까 생각해서다. 다만 책을 읽으며 공감하거나 다른 의미를 찾아내고 밑줄 긋기를 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너가 읽었던 수많은 에세이 중 어딘가에 나의 문장을 슬그머니 넣어두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다. 너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싶다는 것이다. 청년재단 지원을 받아 독서 모임을 만들었다. 좋아하는 책을 필사하고 최종 목표는 시집을 내는 거라고 한다. 너는 나에게 그동안 썼던 시를 보여준다. 마치 한 편의 노래 같다. 너의 젊은 단어와 행간 사이 너의 청춘이 보이기도 한다. 김창완의 <청춘>이 아닌 스물네 살 너의 청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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