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공익광고

by 김보리

가끔 기사에 자립준비청년 자살 소식이 나오는데 너무 안타까워요. 왜? 아니, 이렇게 주변에 도움을 청하면 해주는 사람이 많은데, 시설 선생님들도 있고 자립전담기관 특히 이 두 개만 봐도 나를 도와주는 어른들이 많아요. 아직은 제가 도움을 요청하지는 않았는데 어쨌거나 저와 오래 교류한 사람들이잖아요. 저를 잘 알고 그렇다 보니까 심리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 얘기하면 가장 먼저 연락을 받아주고 옆에 있어 줄 것 같아요. 만약에 금전적으로 힘들거나 월세나 공과금을 못 내서 나의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는 자립전담기관 같은 데 연락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퇴소하며 받는 지원금을 사기당한다는 말을 저는 교육 듣다가 알고 깜짝 놀랐어요. 그 돈을 가족들한테 다 주는 경우도 있고 그거를 노리고 주변에서 빌려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대요. 그 사람은 처지를 아니까 친한 사이면 돈 빌려달라고 해서 가지고 튄다는 거예요. 그런 사례를 들으니까 이게 진짜 인류애가 막 떨어지고. 어쨌거나 자립준비청년들은 가정이 안 좋은 친구들이 많잖아요. 가족들 빚을 청산하기 위해 가족한테 다 주는 경우도 있고, 그리고 가족들이 악의적으로 들고 튀는 경우도 있고. 돈이 그렇게 많이 생기면 ‘너 그거 너만 먹고살려고 그러냐’, ‘가족들이랑 다 같이 써야지’ 하면서 가스라이팅을 계속하는 거예요. 특히 정서적으로 정립이 안 된 친구들은 내가 지금 잘못하고 있는 거 아닌가, 가족들이 같이 써야 하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자기가 가장 필요한 사람인데 가족들은 이미 사회에서 직업이 있고 집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잖아요. 근데 자기는 이제 막 나와서 아무것도 없는데. 너무 안타까운 것 같아요.


저는 자립청년에 대한 사회의 동정이 썩 좋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저희가 도와줘야 하는 청년들인 건 맞는데 도와주는 게 동정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희가 진짜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왔고 힘들었던 건 맞지만 지금의 저희는 정말 그냥 일반 청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잖아요. 제가 유튜브 프리미엄을 안 써서 광고를 되게 많이 보거든요. 공익광고 보면 사회에 나와서 무조건 배달 같은 거 하고 편의점 알바하고. 근데 제 주변에 있는 자립준비청년들은 다 한가닥 하거든요. 안 그런 청년들이 훨씬 더 많은데 왜 이렇게만 보일까? 물론 그런 청년들도 있겠죠.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그렇게 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더 열심히 하는 청년들이 많은데 그게 많이 아쉽더라고요.


공익광고라면 나도 보았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생활이 어렵다는 한 청년에게 지지와 후원을 보내 달라는 내용이다. 경제적 후원이 그 청년의 삶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게 할 수 있을지 나는 확신할 수 없다. 오히려 나는 청년을 찾아가겠다. 보이는 목소리가 아닌 침묵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오로지 듣는 시간만이 존재하는 시간. 내가 아무리 단어를 조몰락거려도 문장이 건네는 위로가 너에게 닿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하더라도 말이다. 무작정의 안쓰러움과 동정은 오히려 당사자에게 무례한 일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너의 진지한 얼굴을 보며 확신에 찬 목소리를 듣는 일이 즐겁다. 문득 스물세 살 너는 익명성과 복잡함, 다양성이 공존하는 서울에서의 삶을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다.


서울살이요? 제가 오감이 예민한 편인데 이미 귀가 지칠 대로 지쳐서 요즘은 이어폰 안 껴요. 어딜 가든 노이즈가 있으니까. 그리고 출퇴근 시간에 사람이 너무 많아요. 지방은 출퇴근 시간 정도만 많은데 여기는 매 시간마다 많아요. 밥집이나 카페 가도 너무 많아. 밖에서 약속 있으면 무조건 예약이 필수예요. 제가 사람도 좋아하고 시끄러운 거 좋아하지만 쉴 때는 확실하게 쉬어줘야 하는 사람인데, 다행인 건 제가 지금 사는 곳이 진짜 조용해요. 주변에 공원 있고 파릇파릇한? 뭔지 아시죠? 나무도 많아 선선하고 밖에서 혼맥 하면 너무 좋아요. 저녁에 사람들이 강아지랑 산책하고, 애들 씽씽이 타고 다니고. 조금만 나가면 문화 인프라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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