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의지할 수 있는 어른

by 김보리

지금 사는 집이 투룸인데 넓어져서 좋아요. 일단 저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직업인데 침대와 컴퓨터가 붙어 있으면 침대에 누워 있어도 쉬는 게 아니에요. 분리가 좀 필요했어요. 그리고 밥 해 먹는 걸 좋아하는데 집안에 냄새가 나면 너무 스트레스받는 거예요. 분리되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일반 청년들이 지원할 수 있는 게 4평~5평 정도밖에 안 돼요. 진짜 너무 좁잖아요. 침대 하나, 책상 하나 놓으면 끝인데 어떻게 살아요? 저는 학교 근처 원룸 살 때도 9평짜리 살았는데 그것도 좁아서 죽을 뻔했는데. 아무리 인프라가 좋아도 이게 사람을 장 속에 가둬놓는 거지. 전용 면적이 조금 달라지지 않아야 할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대학생 때는 학교 근처에 집을 구했는데 제가 아는 곳이잖아요. 2년 동안 기숙사 생활하면서 이미 익숙해진 공간들이다 보니 별 어려움이 없었어요. 그런데 서울로 와야 하는데 너무 막막했죠. 퇴소 결정하고 졸업하기 전에 신청했는데 딜레이가 되고 잘 안 잡히다 보니까 주거가 확실치 않다는 불안감이 가장 컸어요. 내가 살 집이 없으니까 거기에서 오는 불안감 때문에 정서적인 문제가 생기는 거지, 제가 보기에는 의식주 해결이 되면 그냥 배부른 걱정이죠. 당장 의식주를 해결할 그게 없는데 내가 외롭고 이런 걱정을 할 수가 없어요. 그냥 나 지금 당장 어떡하지, 이거에 막연한 불안감과 걱정이고, 그리고 그런 걱정을 하다 보면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것에서 느끼는 정서적인 문제가 생기는 거죠.


너는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자취를 했다. 처음 혼자 살기 시작할 때는 외롭다기보다는 적응이 되지 않았다. 시설에서는 사람이 많아 잠시도 소리가 비는 법이 없다. 혼자 사니 너무 조용하다. 종일 예능 방송을 틀어놓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조용히 있고 싶어졌다. 다른 이의 생활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나의 루틴에 맞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다만 다른 사람이 해주는 밥이 맛있고 편하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회사에서 아이디어 회의할 때 창의적인 거, MZ 스러운 것을 원하는데 정작 당사자인 저는 잘 모르겠어요. 아~일단은 해보겠습니다, 하고 인터넷 뒤져요. 제가 유행을 모르고 관심이 없어요. 애초 신경을 안 쓰고 유행 따라가는 게 시간과 돈이 너무 아까워요. 요즘은 갓생을 살아야 한다고 하잖아요. 영어도 잘해야 하고, 건강관리도 해야 하고,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옛날에는 세대 전체가 같은 성향을 가지고 비슷한 색깔로 살았는데 요즘은 개성이 중요한 거 같아요.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세대라고 생각해요. 남들 다 하는 거는 싫고 자기만 하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제가 봤을 때 진짜 그게 MZ 스러운 거 같아요. 세대스러움은 뭘까? MZ는 정의할 수 없는 세대인 것 같아요. 너무 많이 변하잖아요.


MZ세대도 익숙하지 않은데 알파세대를 말한다. 알파세대는 2010년부터 2024년까지 태어난 세대다. 나는 세대론에 절대적으로 공감하지 않는다. 한 시대의 사회적, 정치적 영향이 문화적 성향으로 반영되는 것은 일정 받아들일 수 있지만 모두를 무리 지어 무슨 무슨 세대라고 규정하는 것이 마뜩잖다. 정작 MZ세대인 너 역시 잘 모르겠다. 그저 지금의 이십 대를 지나 점점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것일 뿐이지 않을까. 너에게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물었다.


저는 어느 정도의 길을 다져주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때 애들은 길이 없잖아요? 완전 비포장도로잖아요. 그것도 다행이죠. 그냥 무서운 숲인데 그 상황에서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안 보이잖아요. 저도 자립준비청년이니까 제가 어느 정도 다져놓으면 애들이 나를 보고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제가 하나의 길이고 싶어요.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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