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기억, 오래된 현재-타인의 온기와 애착이 빚어낸 공간
삼우갈비 뒷집에 위치한 한옥(예산리549-1)은 1946년 7월 11일에 지어졌다. 소유주는 고(故) 김해동 씨로 자택 근처에서 포도 농사를 지었다. 삼우갈비 박유진 사장이 김해동 씨 작고 후 2015년 경 자식들로부터 집을 매입,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박유진 사장에 따르면 일본인 소유의 집을 김해동 씨가 해방되면서 그 집을 소유하게 되었다고 한다. 집 자체가 오래되었지만 예전 한옥의 전통을 잘 유지하고 있어 허물지 못하고 활용 방안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한다.
한옥은 ㄱ자형 형태다. 댓돌을 밟고 올라서면 가운데 마루를 중심으로 좌측에 방 1개가 있고, 나무문을 열면 부엌과 연결되는 구조다. 바로 그 옆으로 방이 1개 더 있다. 부엌에는 찬장과 아궁이의 흔적이 남아 있고, 싱크대를 새로 들여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마루에는 전 주인이 사용했던 자개장이 문짝이 떨어진 채 놓여 있다. 할머니가 시집왔을 때 가져온 것인가 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마루 옆 방에는 다락방이 있다.
외할머니 집은 한옥이었다. 어릴 적 외할머니 집에 가면 온통 신기한 것 투성이었다. 마당 한가운데 우물이 있었고, 어린 내가 올라가기에는 높은 마루와, 외할머니가 사용하는 안방에는 다락방이 있었다. 가끔 할머니가 부엌에서 찬을 만들고 있으면 몰래 다락방에 들어가고는 했다. 다락방에는 할머니가 사용하는 혹은 오래도록 쓰지 않는 물건들이 가득했다.
나무로 만든 실패와 반짇고리, 광목천, 흑백사진이 가득한 앨범, 부엌에서 사용하는 큰 통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네모반듯한 창문으로 들어오는 한 줌 햇살만이 다락방을 비추고 있었을 뿐이었지만, 타인의 눈을 피해 햇살 한 조각에 먼지 가득한 오래된 물건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던 그때 기억만은 선명하다.
집은 사람의 온기를 먹고사는 공간이다. 사람이 떠난 공간은 야금야금 허물어져 간다. 주인장이 작고하기 전까지 나무 마루를 반질반질하게 닦고, 해마다 창호지를 갈며, 맞지 않는 문틀에 기름칠을 하면서 버티어낸 한옥이다. 아무도 없는 빈집 마루에 앉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구름 한 점 없는 겨울 하늘 아래 누런 잡초만이 한옥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