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위대하다 하지만 잔인하다.8

8. 731 부대

8. 731 부대


지난 해의 이야기는 지난 해에 마무리 지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다.

올해의 첫 이야기는 지난 해에 마무리 짓지 못한 과학의 위대함과 잔인함에 대한 마지막이야기로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들어보았을 '731 부대의 생체 실험'에 관한 내용이다.

지난 시간 다루었던 나치에게 요제프 멩겔레가 있었다면 731 부대에는 이시이 시로란 인물이 있었다.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1892년에 태어난 그는 교토제국대학에 수석으로 입학하였고, 유럽으로 2년 동안 유학까지 다녀온 수재였다고 한다. 특히 이 유럽 유학 기간 제1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되었던 세균 무기를 공부했던 것을 바탕으로 1932년 '일본 육군 전염병 연구소'에 의무사령관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후 하얼빈에 세워진 '관동군 검역급수부 본부'(전염병을 예방하고 물을 공급한다)와 통합이 되는데, 원래 의미와는 달리 생체실험을 통해 생화학무기를 개발하는 일을 했으며 이것이 바로 731 부대의 전신이다.

이시이 시로는 이곳의 책임자이자 군의관이었으나 인간이기를 포기한 그의 주도 하에 조선인, 중국인, 러시아인, 미국인 등 포로 3천여 명을 대상으로 잔인한 생체 실험이 가해졌다. 이들을 '마루타(丸太)'라고 불렀는데 그 의미는 '통나무'라는 뜻이며, 그들끼리는 731 부대를 '제재소(製材所)' 즉, 나무를 자르는 곳이라고 불렀다고 하니, 이들이 그곳의 포로들을 자기들 마음대로 자르고 실험하는데 꺼리낌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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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이 시로의 모습


사실 이곳은 그 이름처럼 만주지역의 공기와 물이 워낙 좋지 않아서 주둔 중이던 일본군들이 말라리아나 장티푸스와 같은 전염병에 걸리자 쇼와 덴노의 명령 아래 설치되었던 급수 부대였다. 그러나 바로 이시이 시로의 등장과 함께 이곳은 끔찍한 지옥으로 변해버렸다.

일본이 패망하면서 원래도 기밀에 속했던 이 부대는 그 흔적을 지웠지만, '하바롭스키 전범 재판'이나 일본 공산당의 기관지였던 <적기>에 연재된 논픽션 '악마의 포식'을 통해 이곳에서 생체실험은 상당히 다양하고 엽기적인 방법으로 시행되었음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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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부대원들의 모습

나무 위키에 적시된 내용을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총기 관통력 테스트를 한다고 산 사람한테 총을 쏘았다. 30명을 3개의 조로 나눠서 일렬로 세워놓고 실험을 했다. 팬티만 입힌 조, 평상복 조, 겹겹이 방한복을 입힌 조로서 팬티만 입힌 조는 전원 사망, 평상복은 6명 사망, 방한복은 2명 사망했다.

저온에서 몸의 세포가 죽어가는 과정을 관찰한다고 멀쩡한 임산부를 강제동원해 몸의 일부만 얼리는 실험을 했다.

사람을 통째로 원심분리기에 넣고 돌리는 행위도 했다는데 여기서 얻은 결론은 '인간의 70%가 물이다'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실험에 대해서는 다른 말도 있다. 말 그대로 죽을 때까지 건조시키는 것인 건조실험을 한 결과라는 말도 있다.

영하 50도에서 몇분이 지나면 죽는가 관찰하는 실험을 했다. 독가스 실험은 직접 카메라로 찍었는데 독가스를 터트리고 몇 분 후에 죽는가를 실험했고, 마루타들의 몸에 전기코드를 연결한 다음 독가스를 터트려 몸의 변화 관찰, 페스트균을 터트려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가를 관찰했다.

일본 헌병특무대에서 체포한 한국(조선) 독립운동가 40여 명을 체포하여 이들에게 콜레라균과 페스트균을 주입한 생체실험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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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세균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해 수용자들에게 예방접종을 명목으로 세균을 감염시키거나, 세균에 감염된 만두를 식사로 내어주거나, 세균에 오염된 벼룩을 수용자의 방안에 대량으로 살포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생체 실험을 시행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윤동주 시인 역시 이런 생체 실험의 희생자로 알려져 있는데, 731 부대원들은 윤동주 시인의 피를 빼내고 동물의 피를 주입하며 생존 반응을 살펴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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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시이 시로는 대부분의 생체 실험을 주도했다. 그는 직접 사람의 내장을 들어내거나, 멀쩡한 사람을 마취도 없이 입만 틀어막고 배를 가르고 팔다리를 잘라내는 등 도살자의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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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의 실험을 바탕으로 일본군은 도자기 세균 폭탄을 만들어 실전에 투입했으며, 이로 인하여 '콜레라', '흑사병', '탄저병' 등 다양한 세균들이 인명을 살상하는 무기로 사용되었다.

마루타가 되어 그들의 손에 희생당한 사람들의 숫자는 기록상으로는 1,500여 명이지만, 이들은 실험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낸 인원을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실험에 실패하여 희생당한 이들은 최소한 그 10배는 될 것이라고 짐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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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최소 만여 명의 희생자를 도구 삼아 실험한 731 부대의 수장이었던 이시이 시로는 그렇다면 일본 패망 후 그에 적합한 처벌을 받았을까?

결론만 이야기 하자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이시이 시로를 비롯한 731 부대의 주요 요원들은 일본 패망 이후에도 전범으로 처벌받지 않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성공한 삶을 누렸다. 이시이 시로 역시 여러 사업을 하며 풍요를 누리다가 1959년, 67세의 나이에 식도암으로 사망했을 뿐이다. 특히나 그는 의료계에 큰 공로를 한 인물로 아직까지도 대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일설에 따르면 이시이 시로는 전쟁이 끝난 뒤 자신이 생체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물을 미군과 거래함으로써 면죄부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실제로 731 부대에서 살아난 수많은 증인들이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을 수 있었는지는 여전히 미스테리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기 원하시는 분들은 다음 유튜브 링크로 접속해 보시길 바라지만, 노약자나 임산부, 마음이 여린 분들께는 권하지 않는다.


https://youtu.be/p0I_nw98RME



나름 길었던 과학의 위대함과 잔인함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을 맺는다.

잔인한 과학사의 이야기들은 역설적이게도 우리에게 다양한 발전을 가져다 주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인간이 인간을 혹은 다른 생명체를 도구로 삼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인정될 수 없고, 인정되어서도 안 된다.

최근 넷플리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에서도 복제인간 루나를 실험용으로 사용하는 모습이 등장하였다. 인간의 멸망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열쇠가 루나에게 있다면 우리는 분명 루나를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하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인간이 다른 동물들을 뛰어넘는 만물의 영장으로 불리는 데에는 다른 동물들이나 인간을 희생하지 않아도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지혜에 있다고 믿는다. 인류 역사에 위기는 수없이 많았고 우리는 그때마다 더 나은 선택을 통해 현재에 이르렀다. 그 모든 것들이 최선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최소한 차선은 되었기에 현재의 우리가 있을 것이다.

인간보다 뛰어난 문제 해결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까지 개발한 우리에게 이제 선택지는 더 넓어졌다. 더 이상 다른 생명체의 희생을 요구하지 않고도 우리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인터스텔라에 등장했던 명대사를 떠올려 본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