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한계를 깨기 위해 필요한 것

by 라라

광고를 만드는 일은 보통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광고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창의성이 요구된다. 나도 처음에는 머릿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만을 기다리곤 했고, 창의력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내 안에서, 내 능력으로 해결해 보려고 애썼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어려웠고, 누구도 설득시키기 어려웠다. 당연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라는 것이 정말 순수하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을 시작한 지 6개월쯤 됐을 때였다. 당시 팀에서 진행하고 있었던 프로젝트는 어느 정도 콘셉트가 정해진 상태였다. 구체적인 안을 제안하기 위해 각자 아이디어를 구상해 회의 시간에 들고 오기로 했다. 나도 나름대로 생각해서 가져갔지만, 어떤 안도 채택되지 않았다. 카피라이터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카피도 인정받지 못했다. 나에게 주어진 피드백은 '틀을 깨보라'는 것이었다. 말이 쉽지 틀 안에 갇혀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미션이다.


다른 팀원과 비교를 당하는 자존심 상하는 상황이었지만, 그 틀이라는 것을 깰 수 있게 된 건 비교를 당하는 순간 덕분이었다.

'아, 저렇게 해도 되는구나.'

다른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구상했는지 보며, 내 아이디어와 어떻게 달랐는지 관찰했다. 심지어 아트디렉터가 가져온 방 안에서 카피에 대한 아이디어를 배우기도 했다. 나와 다른 관점과 생각을 받아들였다.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고 난 뒤, 내 생각은 조금씩 유연해졌다. 다른 사람이 가져온 아이디어의 가능성에서 내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봤다. 누군가의 영감에서 나의 영감이 싹텄다. 그 덕에 다음 회의에서는 드디어 하나의 안으로 채택받는 아이디어를 들고 갈 수 있었다.


이 경험으로 좋은 아웃풋에는 인풋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나만의 관점으로 기획을 하는 것은 오히려 내 안에 갇힐 위험이 있다. 광고 업계에 있으면서 레퍼런스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들어왔다. 이건 비단 남을 더 효과적으로 설득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례들을 통해 힌트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삶에도 이걸 적용시켜 보려고 하고 있다. 어떤 모습의 사람으로 성장해야 할지, 미래에 대해 막막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여러 책과 콘텐츠를 보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참고하고 있다. 누구에게 제안해야 하는 과제는 아니지만, 나만큼은 설득할 수 있는 방향성을 찾으며 살아가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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