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덕에, 눈부신 치아 장착

달리기 동기부여는 덤

by 행복 한스푼

먹을 것 앞에서 눈과 손과 머리는 한참을 고민한다. 음식과 눈싸움을 불꽃 튀게 하더니, 의지와 상관없이 손을 뻗고 있다. 머리로는 안 된다는 주문을 외워대지만, 소용없다. 이제 코까지 나서서 음식물의 냄새를 흡입하더니, 입꼬리는 씰룩 미소를 띤다. 식탐에 대한 욕구가 점점 절정에 이른다. 유혹에 흔들리고 싶지 않아, 질끈 눈을 감아본다.


최후의 무기로 행사 때 입으려고 산 원피스를 떠올린다. 단추가 앞에 달렸고 지퍼가 옆구리에 있는 이상한 원피스를 만났다. 팔 한쪽을 입었으나 다른 한쪽을 넣을 수 없어 씨름하듯 겨우 지퍼를 채웠다. 숨을 쉴수록 조여온다. 다시 옆구리의 지퍼를 내리고, 단추를 풀고, 어깨를 까며 팔을 빼내려 하자, 빠지지 않는다. 옷 속에 갇혀, 남편을 불렀다. ㄱ(기역) 모양으로 내가 수그리자, 남편이 원피스의 치맛자락을 잡고 거꾸로 탈피시켰다. 간신히 옷에서 구출된 굴욕적인 사건이다. 그럼에도 상표를 싹둑 용감하게 잘라냈다. 행여 살이라도 빠질까 싶어 반품할 생각을 접는다.


모든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자, 그제야 떨리는 손은 음식물을 내려놓고, 머리는 화장실로 가라고 명령한다. 다리는 세상의 모든 걸 잃어버린 양 터벅터벅 발길을 옮긴다.


거울 속의 입이 댓 발이나 나온 모습을 바라보며, 분노의 양치질을 시작한다. 배고픔을 달래러, 식욕을 내려놓으려는 능동적인 행동이다. 칫솔은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거품을 가득 만들어낸다. ‘어~퉤’하고 뱉어내며 다시 거품 만들기 공장을 돌린다. 마치 구석구석 어떤 충치라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격한 움직임이다. 오글오글 물로 말끔히 헹구니 상쾌함을 되찾았다. 박하사탕 같은 화한 치약 향이 입안에 퍼지며 음식에 대한 식탐이 조금 진정된다. 치아는 이제 눈이 부실 정도로 빛을 발한다.


양치질 후에 귤을 먹었을 때를 상상한다. 몹시 맛없다는 경험값이 출력된다. 음식을 보니 얼굴이 찌푸려지는 기특함을 선물 받는다. 역시 성공적.


다신 달리지 않겠다고 소리쳤는데, 어느새 신발 끈을 고쳐 매며 달리고 있다. 남편이 풀코스를 접수했고 그 영향이 꽤 크게 작용했다. 대회에 접수하지 않은 내가, 남편의 완주 여부를 밤낮, 시도 때도 없이 걱정을 생산하느라 불편한 감정이 피어오른다. 페이스메이커까지는 아니더라도 옆에서 함께 달려야 한다는 의무감과 책임감과 부담감이 총출동한다. 문제는 날씨가 너~무 추워졌다는 비극적인 소식.


위아래의 얇은 옷에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꼴이라니. 긴 팔, 긴 바지에 조끼를 입었음에 위안 삼았던 마음은 금세 증발 중이다. 치아가 딱딱 부딪히며 소리를 내고, 옷 소매는 늘려 손을 감싼다. 모자와 마스크 안으로 파고드는 칼바람에 온몸이 시리다. 마음도 시베리아 벌판이 따로 없다.


밖을 나온 3초 만에 집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옆에 있던 남편도 “헬스장을 갈까?”라는 말에 마음이 자빠지듯 휘청한다. 이왕 나왔으니 달려야 한다. 헬스장에 가려면 집에 들어가 신발을 갈아신고, 수건과 헬스가방을 챙겨야 한다. 그 또한 몹시 귀찮다. 차라리 후딱 뛰고 빨리 들어오자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다. 후딱 뛸 내가 아니면서.


숨차지 않을 정도로, 느리게 앞으로 나아간다. 속도에 관대해지니 달리는 행위가 그리 무겁지 않다. 심박은 급격히 올라가고, 남편은 벌써 저만치 멀어져 간다. 나의 페이스로 좀 더 오래 달리자며 주문을 외운다. 조금씩 심박은 안정되어가고 달리기가 즐거운 마법을 경험한다. 한 걸음이 모여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 서서히 몸이 풀리고 가벼워진다. 1km의 알람이 울리자 몸은 데워져 살짝 땀까지 난다. 쌀쌀한 날씨가 딱 뛰기 알맞은 온도가 된다. 모자와 마스크를 벗으며 달려 나간다. 다만 손은 시려와 소매를 올렸다가 열이 나면 내렸다가를 반복한다. 1km 알람이 울릴수록, 뿌듯함이라는 감정과 마주한다.


찌기는 쉬우나 빼기는 어려운 살, 힘겹게 1kg의 감량했다가 제사와 김장으로 1.6kg이 플러스 되었다. 차로 장시간 이동하는 중에도 배춧잎을 먹으면서까지 군것질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러면 뭐 할꼬? 어느 순간 엄마가 내어준 간식에 손이 멈추지 않는다. 어른의 권유는 사양하면 안 된다며, 예의를 철저히 지킨다나 뭐라나. 김장하며 수육을 먹고, 감말랭이와 누룽지, 과일을 연신 입속으로 넣어준다. 밥 먹을 땐 연근조림에 감탄하고, 양파장아찌에 눈물을 글썽인다. 김장 김치를 쭉 찢으며 뇌 속의 도파민은 폭죽을 터뜨린다.


먹은 만큼 또 빼야 하겠지? 개미지옥에 빠지듯, 다이어트의 굴레에 벗어나질 못할 것 같아 씁쓸합니다만. 또 그렇게 신발 끈을 고쳐 매며, 달리는 동기부여를 갖게 되었다고 긍정 회로를 돌려본다. 하~ 입속 수증기가 밖으로 펼쳐지며 추위가 그대로 느껴진다.

“날씨 한번, 뒈~지는군.”


#먹을것앞에움직이는신체조종단들

#양치질로거품공장돌리기

#양치후귤맛생각하며음식욕구잠재우기

#양치일단은성공적

#입을땐힘겹게벗을땐더처절하게남편까지동원된사건

#앞단추옆구리지퍼이상한원피스를만났지

#남편풀코스완주걱정하는아내

#추위에자빠지듯휘청하는마음

#어른의권유는사양하지말라배웠지

#다이어트지옥

#다시달리려고살을찌운것인가계획적인여자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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