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계 앞에서 어깨춤을 추고 싶어

커피 그 달콤함과의 사투

by 행복 한스푼

‘후~우, 가벼워져라. 가벼워져라.’

아침 공복, 두 손을 간절히 모으며 주문을 외운다. 몸을 감싸는 모든 옷을 제거하고, 스마트 워치 마저 덜어낸다. 발가벗은 몸은 들숨을 짧게 날숨을 깊게 숨 쉬며, 공기의 무게마저 줄여 보려 애쓴다. 떨리는 마음으로 체중계에 엄지발가락부터 살~짝 올리다가 후다닥 내려온다. 다시 살~짝 올라갔다가 재빨리 내려오길 몇 번 더 반복한다. 몸무게의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처절한 몸부림에서다.

전날 운동으로 구슬땀을 흘렸지만, 드라마틱한 체중 감량은 없었다. 오히려 증감된 숫자에, 고해성사하듯 먹은 음식들을 차례로 떠올렸다. 비극과 한숨은 그림자처럼 따라왔다. 때론 유지만으로 안도했고, 감량이라는 사실 앞에선 발가벗은 채 덩실덩실 어깨춤을 췄다. 체중계에 표시되는 100g의 변화에 다중인격적인 자아들이 총출동한다.


운동보다는 먹을 것을 줄여야 더 효과적이다는 걸 머리로 알고 있다. 다이어트를 결심한다고 식욕이 툭하고 없어지면 좋으련만, 식탐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아이가 아니다. 밥 한 숟가락을 덜어내다가 다시 반 숟가락만큼 밥알을 올려놓고, 다시 반의반 숟가락에 밥을 퍼서 올려놓다가 다시 내려놓기를 반복한다. 밥알 몇 개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내 모습이 참으로 미련스럽다. 먹는 것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억울함과 슬픔, 곤장 백 대 맞는 고통에 몸부림친다. 특히나 적지 않은 음식들이 입속에서 사라졌는데 식후엔 더 허기짐이 밀려오는 기묘함을 느낀다.

몸무게보다 눈바디(자신의 몸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를 체크 하라고 하지만, 거울을 바라보는 순간 혈압은 멈출 줄 모르고 치솟는다. 살집 가득한 우람한 모습에 당장 씨름판에 나가도 되겠다는 당혹함마저 든다. “거울 속 모습, 안 본 눈 삽니다.”라며 한탄스럽다. 차라리 체중계의 숫자가 깔끔하다. 기록하며 긴장의 끈을 유지할 수 있다. 먹는 유혹 앞에 100번씩 흔들려 고꾸라지려 할 때, 숫자를 생각하며 눈물을 머금고 유혹을 참아낸다. 다이어트 초기라 아직 의지가 있어서이기도 하다. 결국 배고픔을 견디다가 일찍 자는 걸 선택한다. 그랬더니 30분 일찍 일어나는 몸이 되었다. 이른 몸놀림에 피곤한 상태가 되는 불편함도 맞이한다.

달콤한 커피가 나팔 불며 행차할 시점이다. 믹스, 아메리카노, 때론 드립 커피를 하루에 두 번 내지, 삼식 한다. 심 봉사가 번쩍 눈을 뜨듯 졸린 눈을 떼어내기에 효과적이다. 어떤 회복제보다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는 것 같아 줄여 보려고도 했지만, 안 먹고 버틴 날은 종일 눈이 감기다가, 결국 낮잠을 밤잠처럼 길게 잤다. 뒤늦게 커피를 수혈하며 피로감에서 발을 빼려 도리질을 친다. 커피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은 곧 나다.

커피.jpg

어른이 되면 먹을 수 있는, 상징적인 것 중의 하나가 커피였다. 어릴 적, 엄마는 꽃무늬 커피잔에 커피, 프리마, 설탕을 넣었다. 어떤 비율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빠의 커피잔에선 티스푼에서 밥숟가락으로 바뀌어 설탕을 계량했다. 커피 취향도 유전되는 건가? 커피는 달게 먹어야 한다고 주입식으로 받아들였다. 단맛의 커피를 추구하는 구차한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이다. 내 탓 아닌 조상 탓.

대학생이 되어 커피숍을 갔을 때, 커피 종류의 다양함에 주눅 들었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카페 라떼만을 주문했다. 옆에 있는 친구가 “카라멜 마끼야또”라고 했을 땐, 제2 외국어를 구사하는 것처럼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이젠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얼죽아(얼어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대세다. 유행에 둔한 사람이지만, 한 번쯤 “아메리카노요”라고 외치고 싶었다. 다른 커피에 비해 저렴한 것도 한몫했다. 용기 내 주문하자, 얼음이 동동 띄워진 영롱한 자태의 아메리카노를 맞이했다. 한 입 들이키며 “앗-”하다가 마음속으로 ‘써써써’를 외치며 얼굴을 한껏 찌푸렸다. 미각이 잘못되었나 한입 더 들이켰다. 충격 그 자체다. ‘커피가 탔나? 괜찮은 건가?’ 같은 메뉴를 시킨 친구를 힐끗힐끗 살피자, 얼굴의 변화가 없다. 이렇게 쓰디쓴 커피를, 달지 않은 커피를 마시며, 평화로울 수 있다는 것에 외계인을 보는 생경함을 느꼈다. 결국 뒤편에 마련된 시럽을 무한 펌프질했던 기억이 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아메리카노를 시럽 없이 아메리카노 그 자체로 먹은 지 얼마 안 된, 몹시 촌스러운 사람이다.


믹스의 달콤함이 몸에 좋지 않다나? 단맛 추구자로서는 절대 과하지 않지만, 설탕이 듬뿍 들어있다는 진실에 움츠러든다. 흥! 하루 두잔 믹스에서 한잔으로 줄이고, 한잔을 아메리카노나 드립 커피를 먹는 것으로 대체했다. 그러다 그 믹스마저 줄이려 아메리카노를 타자 역시 몸에서 자꾸 아니란다. 아우성을 치며, 졸음 수치를 최대한 높인다. 병든 닭처럼 눈꺼풀과 사투를 벌인다. 결국 참다 못 견뎌내며 믹스를 탄다. 역시 두손 두발 들며 달달구리한 맛이 제일이라 외친다. 아~ 믹스 끊기는 현실의 체중계 앞에서도 포기를 모른다.

‘내일, 체중계 앞에서 어쩌려고?’


#체중계앞에서나의다중인격자아들은출동하지

#밥먹는데더허기지는기묘한현상목격

#우람한모습에당장씨름판에라도나갈기세

#내몸안본눈삽니다

#달콤한커피는포기못해

#아메리카노요라고부르고싶었지

#아메리카노첫맛에충격그자체

#시럽펌프질은포기못해

#믹스의진실에단맛추구자는오열


월요일 연재
이전 03화검정색 옷만 가득한 옷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