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급 공포영화, 아이들 방학
날씬한 자가 되기 위해 먹는 양을 줄여 본다. 그만큼 식사 시간도 짧아진다. 마음 구석구석까지 허함이 문을 두드린다. “나는 지금 숟가락을 놓지 못하겠소!” 1인 시위라도 하고 싶다. 먹는 낙을 인생의 낙이라 여겨온 자로서는 신경질이 나고 예민해질 만한 요소다. 입에선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불만을 배설한다.
식사하기 전, 꼭꼭 씹어 조그마한 크기를 가루로 만들도록 특별히 명령한다. 처음에는 오물오물 저작 활동을 늘려보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횟수가 줄어든다. 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메인 음식을 하나라도 더 먹어보겠다는 젓가락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모든 음식을 비워냈다. ‘아따~ 시방 누가 다 먹어 버린 거여?’라고 항변하고 싶지만, 내 입으로 들어갔으니 딱히 변명할 수조차 민망할 뿐. 진실의 미간이 삼지창을 만들고 입은 삐죽인다.
인터넷 검색 창에 도움을 요청한다. 조금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방법을 찾아, 손가락은 춤을 추듯 글자를 입력한다. 단백질을 섭취할 것을 안내받는다. 단백질은 소화할 때 탄수화물이나 지방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뿐 아니라 소화 시간이 길어 포만감을 오래 유지해 준다. 다이어트 중 감소하기 쉬운 근육량을 보호한다. 근육이 유지되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 같은 양을 먹어도 에너지 소모가 커져 요요의 위험성이 줄어든다.
입력된 지식을 이제 실행할 차례다. 달걀을 상온 상태에 2~3시간 꺼내 놓는다. 그래야 에어프라이어에 돌릴 때 터지지 않는다. 120~130도로 1시간 정도를 돌려준다. ‘찜질방 맥반석 달걀은 저리 가십시오.’라는 비주얼이 완성된다. 달걀을 까면 살짝 노라면서 껍질이 부드럽게 까진다. 이어 닭가슴살을 찌고, 두부 부침을 한다. 근육 부자가 되고 말겠다는 의지를 나름 어필한다. 천천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봉긋 솟아오른다.
잡곡과 채소, 과일처럼 부피는 크되 열량은 낮은 음식을 활용하면 위가 쉽게 차면서도 배부름이 오래 유지된단다. 그럼 쌈 채소를 냉장칸에서 꺼내고, 아삭아삭한 오이 맛 고추로 식단을 보강한다. 사과 하나는 씨 부분을 제거하고 껍질째 그릇에 놓는다. 때때로 블루베리, 방울토마토, 키위로 먹는 즐거움에 다채로움을 더한다.
이제 견과류나 올리브유 같은 건강한 지방을 소량 더하면 식욕 호르몬이 안정된다고 하니, 곧바로 아몬드를 입에 넣는다. 처음엔 5개로 시작했던 아몬드는 서너 주먹을 더 집어 먹고 나서야 움찔하며 움직임을 멈춘다. 구운 아몬드의 고소함에 또 정신을 잃었다. 대체 하루에도 먹는 것에 몇 번이나 정신을 놓는지 한숨이 터져 나온다. 맛있어도 문제라면 문제. 이놈의 식욕은 난제라면 난제.
체중 증감보다 더 무서운 일이 있다. 아이들의 방학. 쓰나미급 공포영화다. 아침밥을 먹었는데 점심밥을 준비하고, 점심을 먹고 나면 저녁을 걱정해야 한다. 방학이니 늦잠도 잘 법하지만 7시가 조금 넘으면 자동 기상한다. 학기 중에는 내가 로커로 빙의되어 “일어나라” 샤우팅을 외치고, 온 힘을 다해 아이의 몸을 일으키면 아이는 전투적으로 드러눕기를 네다섯 번 반복해야 겨우 몸을 일으킬 둥 했다. 방학은 정반대. 내가 살금살금 일어나 식탁 불을 켜면 한 명이 일어나 다른 하나를 깨우고 핸드폰 게임을 한다. 끝나고 나면 아침부터 무엇을 먹을지 메뉴에 대해 소상히 브리핑하길 원한다. 학기 중처럼 입맛이 없다며 대충 때우길 거부한다. ‘지금까지 이런 상전은 없었다. 이들은 방학인가? 학기 중인가?’ 극한 직업은 진정 엄마인가 싶다.
편하게 나만의 시간을 갖는 자유와 여유로움이 증발했다. 할 일 리스트를 줄이고 어떻게 실행할지 신중히 고민한다. 헬스장을 가는 대신 집에서 실내 자전거를 타면서 독서 한다. 아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우 쭉 내민다. 함께 요리하고, 빨래 게우기와 정리도 같이한다. 아이들 간식으로 나의 다이어트 음식을 나눈다. 달걀과 고구마를 접시째 삶아 놓고, 과일도 종류별로 냉장고에 쟁여 놓는다. 그러나 아이들은 탈피하는 동물들도 아닌데, 지나간 자리마다 허물을 만들어 놓는다. 책은 이리저리 흐트러져 있고, 과일 껍질이 담긴 그릇은 소파에 하나, 식탁에 하나, 방에 하나 열심히도 설거짓거리를 만들어 놓는다.
방학 3일 차가 지나가고 있지만, 체감은 한 달을 넘기고 있다. 체중이 줄었다가 다시 늘었다가 제자리 자리다. 전략가는 포만감과 싸울 것이 아니라, 어쩌면 시간과 치열하게 싸움 중이다.
‘방학 참 길고도 기~~일~~~~~~다.’
#포만감을높이려면단백질과채소과일챙겨먹기
#맥반석달걀저리가라에어프라이어활용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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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부귀영화를누리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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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왜자신의허물을만들어내는가그것이궁금해
#시간과치열히싸우는중
#다이어트일기라쓰지만체중은제자리걸음
#로커처럼일어나라샤우팅외쳤던그녀의고단함
#왜방학인데늦잠을자지않는가그것이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