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도 아닌데

충격 요법, 월남쌈과 밀푀유나베

by 행복 한스푼

다이어트 중이니, 저녁을 가볍게 먹으려 한다. 잠자리에 들어서자 ‘꼬르륵’ 소리가 탭댄스 추듯 요란하다. 기름에 갓 나온 바삭한 치킨, 꽃처럼 마블링 된 소고기가 현란하게 등장하다 아쉬운 듯 퇴장한다.


유명 모델이 ‘꼬르륵’ 소리에 몸무게가 100g씩 빠진다고 여기면 견딜만하다던데. 내일 일은 내일 일이지. 지금 당장은 위로가 아닌 무거운 형벌 같다. ‘꼬르륵’ 소리는 고막 언저리를 때리며 서서히 자장가가 되어간다. 조금씩 감량에 성공했고, 식욕도 절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의지를 불사르는 초반이니 그럴 수밖에.



치팅 데이. 삼겹살을 먹으며 인생이란 이렇게 뜯고, 먹고, 즐겨야, 아름다운 것이라 소리 높여 찬양한다. 운동도 살짝 미룬다. 다음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올라간 체중계, 생각보다 증감이 적다. 오 괜찮은데? 양심 있는 사람으로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런 요술이 매번 일어나길 바라며 슬슬 요령도 피운다.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도 아닌데 몸무게는 처음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어쩌면 불 보듯 뻔뻔한 결과.


결정적인 건 감자탕 외식. 뼛속 살을 야무지게 발라 밥 위에 착지시킨 후, 하마라도 된 듯 입을 양껏 벌렸다. 추가로 볶음밥까지 박박 긁어먹으며 ‘식탐’이라는 단어를 잠시 생각했지만, 먹는 즐거움에 이성은 여행을 떠났다. 배는 사방팔방으로 부풀어 터지기 직전. 위라는 소화기관에 바위라도 얹은 듯하다.


산책 좀 할까? 움직여보려 하지만 연일 한파주의보. 나가는 순간, 동태로 변신함과 동시에 얼굴은 사나운 바람에 할퀴어질 거 같다. 포만감으로 움직임은 더뎌가고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일찍 자자며 가지런히 눕는다.


“아아악”

다음 날, 실성하듯 내질러지는 비명을 두 손으로 가로막는다. 하루 사이 1kg이 넘는 증감. 이 무서운 진실은 아무도 알아서는 안 되는 일급 비밀. 마치 첩보 작전이라도 수행하듯, 서둘러 체중계에서 내려와 전원을 끄며 숫자를 지운다. 완전 범죄를 꿈꾸지만, 앱에 기록된 숫자는 여간 눈에 거슬린다. 꿈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눕고 싶다. 이런 악몽은 없었던 것처럼.

때로는 충격 요법이 필요한 건가? 20분이라도 실내 자전거를 탄다. 또 식습관을 점검하며 채소와 단백질을 이용한 음식을 곰곰이 생각한다.


작전 개시! 오이와 당근, 배추와 깻잎들을 목욕재계 후, 송송 썰기 위해 예쁘게 자빠뜨린다. 오이양과 당근양을 차례로 채칼로 잘라내자, 푸른빛은 점차 주황빛으로 물든다. 배추군과 깻잎군의 특성을 살려 샤프하고 멋스럽게 주방 칼로 다듬는다. 단내를 품기던 향은 깻잎 향의 톡 쏘는 진한 향기로 채워진다.


이제 단백질 군단들이 등장할 때다. 달걀지단과 두부를 지지고, 닭가슴살은 버터로 구워내 결대로 찢는다. 마지막, 게맛살도 쭉쭉 찢어 머리, 가슴, 배처럼 삼등분하며 프라이팬의 따끈한 온기를 더한다. 넓은 접시에 수북이 담긴 재료들, 양념을 살짝 곁들인 간장소스와 스위트 칠리소스를 준비하면 끝.


미지근한 물에 라이스페이퍼를 담그자 단단함이 점차 온유하고 부드럽게 재료들을 포개어 보듬는다. 월남쌈을 향하는 젓가락이 바삐 움직인다. 아이들은 말랑말랑하며 부드러워진 라이스페이퍼에 재료를 쌓으며 즐겁게 먹는다. 누군가 내 요리에 엄지척하며 먹어주는 것도 요리의 기쁨.

월남쌈 후 재료가 많이 남았다. 남은 재료를 활용하는 것도 주부 9단의 임무. 배추와 깻잎은 수줍게 찬물 샤워한다. 그들은 차가움에 부르르 떨며 배추의 위로 깻잎, 그 위로 샤브용 소고기가 드러눕는다. 이 작업을 몇 번 더 수행한다. 반복될수록 묘하게 마음이 정돈된다.


배추 길이에 따라 이등분하거나 삼등분하여 냄비를 둥글게 담는다. 하얀 줄기와 녹색 잎, 붉은 고기는 점점 꽃잎처럼 오므려진다. 중앙에는 두부와 숙주, 느타리버섯을 추가한다. 마치 암술과 수술처럼 꽃의 중심이 완성되어간다. 마지막으로 표고버섯에 별 모양을 새겨 앙증맞은 포인트를 더해준다.


다시마와 멸치, 가쓰오부시를 더한 육수를, 준비된 냄비에 조심히 부어준다. 채소들이 부드러워지고, 고기 색이 붉은 수줍음에서 갈색의 고즈넉한 풍미로 바뀔 때까지 보글거림을 ASMR 삼아 기다린다. 겹겹이 쌓아온 꽃잎은 입속으로 들어가 음식 향기를 고루 전해온다. 본연의 맛들은 함께함의 조화를 이루어간다.


다이어트는 어쩌면 끝 없는 일, 나의 몸을 점검하고 먹는 습관을 돌아본다. 불어났으면 두 손 들고 무릎을 살~며시 꿇으며 반성하겠지만, 언제든 다시 시작하면 된다. 미루었던 운동도 가볍게 시작해 본다.

건강한 다이어트, 더디지만 무거움에서 살짝 무거움, 조금씩 가벼워지는 나를 꿈꾸어 본다.

‘무슨 맛난 걸 먹어야 소문이 날까?’


#다이어트나를점검하고먹는습관을돌아보는일

#왜몸무게는강을거슬러오르는연어들처럼회귀본능

#요령피움으로증량중

#야채와단백질으로채워보아요

#조금씩가벼워지는나를꿈꾸며

#오이양당근양의아름다움에반하지

#배추군깻잎군의멋스러움을뽐내지

#보글거리는ASMR

#때론두손들고무릎꿇으며반성한다지

#대체언제쯤가벼워질까

#먹는것에진심입니다만


월요일 연재
이전 11화왜 자꾸 본전 생각하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