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스페셜리스트입니까? 제너럴리스트입니까?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냉면집이 있었다.
15년 동안 냉면만 만들어온 집이다.
여름엔 줄을 서야 했고,
겨울에도 일부러 찾아오는 단골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해부터 계절이 이상해졌다.
눈이 녹지 않는 겨울이 계속됐다.
가끔 따뜻한 날이 오긴 했지만,
다시 바로 겨울이었다.
사람들은 묻기 시작했다.
“이제 냉면 장사는 끝난 거 아닌가요?”
보통의 선택지는 명확하다.
냉면을 접고 국밥을 하거나,
칼국수를 추가하거나,
아예 메뉴를 늘려 사계절 식당이 되는 것.
‘환경이 변했으니 나도 변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그는 냉면을 버리지 않았다.
대신, 그는 냉면을 겨울을 견딜 수 있게 만들었다.
차가운 육수를 없애지 않았다.
여전히 냉면은 차갑게 남겨두었다.
다만, 새로운 선택지를 하나 더 만들었다.
같은 면, 같은 레시피, 다른 온도.
겨울용 냉면에는
김이 나는 따뜻한 육수가 부어졌다.
뼈를 더 오래 고아
육향이 진해졌고,
고명은 달라졌다.
편육은 한 장 더,
수육은 그릇을 덮을 만큼 넉넉하게.
차갑고 가벼운 음식이 아니라
추운 날에도 허기를 채워주는 냉면이 되었다.
사람들은 처음엔 망설였다.
“이게 냉면이야?”
하지만 한 숟갈을 뜨고 나면 알게 됐다.
아, 이 집은 여전히 냉면맛집이구나.
정체성은 그대로였고,
깊이만 달라졌을 뿐이었다.
그는 새로운 메뉴를 만든 게 아니었다.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에
한 겹을 더 얹었을 뿐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비슷하다.
환경이 바뀌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고,
못하는 걸 더 배워야 할 것 같고,
모든 걸 조금씩 잘해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스페셜리스트는
자기가 잘하는 것을 버리지 않는다.
대신,
그것이 다른 계절에서도 살아남도록
형태와 온도를 바꾼다.
세상이 겨울이 되었을 때,
당신은
정체성을 바꿀 것인가,
아니면 정체성의 깊이를 바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