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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대학원생

대학원은 다 팀플이에요.

by 이십일

대학교 때는 새로운 이론을 배우고 이 이론을 녹인 기술을 알아가며 사용할 줄 알기 위해 손에 익히고 외우며 양상만 조금 다른 고등학교 방식의 공부를 했다면 대학원은 생각할 시간을 준다.

대학원의 많은 과제는 여러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나름의 결과를 내고 그 근거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이렇게 웅장하게 썼지만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학생의 성적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는가? 와 같은 문제다.

이런 문제를 혼자 고민하는 수업도 있지만, 절반 이상은 팀플레이로 이뤄진다. 이번 학기에도 4과목을 수강하는데 절반이 팀플이다. 지난 학기에도 비슷한 비율로 팀플이 있었으니 매 학기 팀플이 2~3개씩 있는 셈이다.


팀플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닌 나는 오히려 혼자 하는 과제보다 팀플을 더 선호한다. 혼자 하는 과제보다 더 재밌고, 내가 잘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고, 고민되는 부분을 함께 이야기할 동료가 있다는 것은 꽤 좋은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팀이 꾸려지고 앞으로 해나갈 계획을 세우는 것을 즐기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최악의 상황에 내가 혼자 다 해버리지 뭐 하는 마음이 있는 것 또한 도움이 되었다.(안 해? 그래 그럼 내가 해) 운이 좋게도 대학원에서 했던 팀플은 모두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었는지 고민해 본 결과, 2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첫째는 우리 모두 노련해졌다는 것, 적당히 기분 나쁘지 않게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어려움이 있다면 도와줄 수 있는 마음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또 잘 못한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도 있다.

둘째는 대학원만 다니는 게 아니기에 직장인으로서, 가족 구성원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 과제에 무한 효율을 중시해 빨리 해치워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모든 팀플이 아주 순조롭게 끝났고, 오히려 서로 응원하고 칭찬하며 이상적인 팀플레이의 현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 대학교에서 했던 팀플 중 하나는 서로 감정이 다 상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 엉망진창이 되었던 일도 있었다. 어찌어찌 끝내긴 했지만 그땐 그 팀원이 너무 미웠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나도 잘한 거 하나 없었다. 다시 만나게 되면 사과를 해야겠다 결심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대학원에 와서야 팀플 수업이 왜 있는지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회사에선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동료와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데 이를 좀 경험하고 대학원에 갔더니, 대부분 이런 걸 겪어본 사람들이 왔기에 팀플레이가 이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이다. 나조차도 많이 성장했기에, 팀플을 잘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대학교에서도 이런 걸 의도하고 팀플 수업을 넣었을 텐데 의도치 않은 일들이 많이 발생하니 교수님들도 적잖이 당황을 많이 하셨을 것이다. 대학교 교수님을 오랜만에 만났을 때도 "애들이 팀플 하면서 많이 싸워,,ㅠㅠ"라고 말하시는 것도 들었었다.


우린 언제나 늦게 깨닫는다.

10대 때 풋풋함을 20대 때 깨닫고, 20대의 싱그러움을 30대 때 깨닫는다.

팀플의 중요성을 대학교 때도 수많은 사람들이 강조했지만 한참을 지나서 대학원에서 깨닫는 것처럼.

하지만 그 시기에 경험을 했기 때문에 겪고 나서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학생들이 끔찍이 싫어하는 팀플 수업은 항상 있고, 모든지 지나서야 중요했구나, 소중했구나 알게 되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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