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와 욕망에 대하여

– 올바르게 원하고 있을까

by 피곤한직장인

마케팅 수업에서 배운 것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Needs’와 ‘Wants’에 대한 개념이었다.


Needs – 욕구. 근원적이고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것.
예) 배고픔, 추움, 외로움


Wants – 욕망.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구체적인 형태나 그것을 원하는 것.
예) 라면, 빵, 옷, 소개팅


이 개념은 마케팅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설계할 때 핵심이 되지만,
사실 그보다 훨씬 넓고 깊은 맥락에서 활용되고 있다.


심리학에서는 메슬로우의 욕구 위계 이론이 있고,
철학에서는 스토아학파나 불교가 욕구와 욕망에 대한 통찰을 전해준다.



‘무언가를 바라는 욕구’와 ‘그걸 해결하려는 욕망의 실현’은
인간의 삶 전체를 정의할 수 있을 정도로 본질적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제3자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없다.
자신의 경험 안에서만 살아가는 인간이기 때문에,
내 행동의 근원이 되는 욕구와 욕망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분석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가끔, 욕망을 욕구로 착각한 채 살아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상처받은 사람만을 사랑하거나,
일방적인 헌신으로 사랑을 표현하거나,
반대로 일방적으로 상대를 착취하며 사랑을 추구하는 사람들.


겉으로 보기엔 이들 모두 ‘사랑하고 싶다’는 동일한 욕구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정말 같은 욕구에서 출발한 걸까?


상처받은 상대만을 사랑하는 사람은,
사실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됨으로써
자존감을 회복하고, 존재의 의미를 확인받고 싶은
‘자존감의 욕구’에서 출발했을 수도 있다.


이 경우 그 사람이 사랑하는 건 상대가 아니라,
상처받은 사람을 돌보고 있는 ‘자기 자신’일 수 있다.
그리고 그 행위를 통해 회복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자존감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그건 그 사람을 ‘사랑한다’기보다,
그 사람을 통해 내 자존감의 욕구가 충족되는 구조에 가깝다.


자존감이라는 근원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고 나면,
여태껏 사랑이라 여겼던 감정이 사랑이 아니었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그 관계는 더 이상 사랑이 아니기에,
사랑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새로운 욕망을 또 품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제3자의 입장에서 누군가의 감정을 분석하듯 글을 쓰는 건 쉽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고, 현실을 감정으로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지금 당장 나 자신을 들여다보긴 쉽지 않다.


지금 좋은 감정은 그냥 좋은 것이고,
끌리는 건 그냥 끌리는 거다.


그 순간에,
그 감정의 뿌리가 뭔지 따져볼 여유 같은 건 없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건이 과거가 되면,

그제서야 우리는 그 일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왜 그랬을까?" 하고 묻게 된다.


그 질문,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나 자신을 탐구하고,
삶의 방향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


아픈 경험도,
아픈 사랑도,
잘못된 욕망도
결국 나에 대해 알려주는 재료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가장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과거의 욕구가 지금 어떤 욕망의 형태로 발현되고 있는지,
그 욕망이 욕구를 어떻게 충족하고,
그때보다 얼마나 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가늠해보는 건 꽤 의미 있는 일이다.



들여다보고, 고민해보자.
그게 내 마음을 가장 정직하게 만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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