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현실에 대하여

- 사랑 후에는 현실이 온다

by 피곤한직장인

사랑과 현실에 대하여

- 사랑 후에는 현실이 온다



사랑은 언제나 인간에게 삶의 이유가 되는 핵심 가치이다.

이 '사랑'이라는 단어는 여러 형태로 존재하며, 정의되지만
가장 널리 쓰이고 관심이 많은 건 아무래도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닐까 싶다.


"알랭 드 보통"은 여러 저서로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해 현실적이고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그 중 우리나라에서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사랑의 연작이 유명하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고, 결혼하는 주인공의 삶을 통해
알랭 드 보통은 사랑에 대한 많은 고찰과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이 책들을 읽고 내가 느낀 알랭 드 보통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아래의 두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에 대해서 더 모를 때 우리는 사랑에 빠질 수 있다."
"상대에 대해 알고 난 후, 계속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진짜이며 성숙한 사랑이다."


1. 상대에 대해서 모를 때 사랑에 빠질 수 있다


얼핏 보면 금사빠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지만,
자신의 사랑 경험에 비춰 보면 대부분이 그랬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출퇴근길에 매일 마주치는 이성에 대해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자주 마주치며 괜한 내적 친밀감이 생기고, 상대에 대해 모르는 부분은 상상으로 채워 넣는다.


키와 얼굴, 몸매 등 외모는 이미 눈에 들어왔기에, 우리는 직업을 추측하고,
성격, 목소리를 궁금해하며 상대방을 매력적으로 상상해 내 이상을 상대에게 투영한다.


이에 괜히 말이나 한 번 걸어볼까? 하며 용기를 내 다가갔을 때,
상대가 내가 상상한 것처럼 나를 좋아하지 않고, 상냥하지 않으며,

목소리가 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이성에 대해 내가 알게 된 것을 기초로 하여, 모르는 부분에는 내 이상과 기대를 한껏 채워 넣는다.

그리고 현실에서 이를 확인하며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 상상이 현실일 수도 있고, 받아들일 만한 차이일 수도 있으며,
관계를 더 유지하지 못할 큰 장애가 되면 관계를 정리하게 될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우리가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게 되는 과정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하지만 여기서 나는 약간의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내 판단은 정확한가? 나는 어디까지 상대를 파악했다고 단정할 수 있나?"


우리는 상대방에 대해 보이는 것만 볼 수 있고, 본 것조차 해석해야 하며,

그 상대방은 동적 존재로 변할 수 있다.

게임처럼 상대방의 상태가 수치화되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닌데,
관계에 대한 내 판단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물론 보장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감정은 내 것이고, 판단도 내 것이니까.
하지만 성급한 판단과 성급한 행동은 상대와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게 바꿔버릴 수 있다.


2. 상대방을 받아들인다는 것


이런 측면에서, 알랭 드 보통이 강조한 두 번째 통찰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우리는 상대방에 대해 좋든 싫든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되고,
그에 따라 내 감정 역시 당연히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런 변화를 낯설어 하거나 거부하게 되면 관계는 종료될 것이나,
상대는 변하는 동적 존재이고, 나 또한 판단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을 기억한다면,
바로바로 이런 감정들에 따라 움직이기보다는 좀 더 시간을 가져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상대방을 확인하고, 확인한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고 알랭 드 보통은 소개한다.

이 "받아들인다"는 표현은 짧고 단순하지만,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상대에게 기대한 것이 달라도, 이를 바꾸려고 하지 않고,
나와의 차이를 인정하고 내가 품고 가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이 '받아들인다'는 표현을 쓸 수 있다.


상대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동반하여 존재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모습일 것이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상대를 더 좋아하여 상상에 쓰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상대방은 점점 더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 대상으로 내 머릿속에 구축된다.

이 괴리가 해소되지 않는 한, 내 머릿속에서 상대는 떠나지 않는다.

혼자 오래 좋아할수록 안 좋은 결말을 맞이하기 쉬운 게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오래 좋아하고, 금방 헤어지는 것이 오래 만난 연인과 헤어지는 것보다 덜 아프다.



상대를 확인하려면 멀리서 상상만 해서는 방법이 없다. 용기를 내고 기회를 잡아 확인해야만 한다.
그래야 그 상상의 부분을 현실로 채우고, 상대를 받아들이는 진짜 사랑을 할 수 있다.


결국 진짜 사랑을 하려면, 용기를 내어 확인해야 하고, 그러려면 뭐라도 해야 한다.

가만히 내게 다가오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을 바라면서 행동하지 않는 나를 반성해본다.

그리고 다가오는 두려움을 안고서라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다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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